드류 루친스키와 에릭 페디, 카일 하트(왼쪽부터).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임선남 NC 단장은 9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하트와 협상이) 잘 안 되는 분위기다. (드류) 루친스키와 (에릭) 페디에 이어 하트도 떠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NC는 외국인 선수 슬롯 3자리 중 2자리를 이미 채운 상태다. 올 시즌 홈런왕(46개) 맷 데이비슨(33)과 2026년 구단 옵션이 포함된 1+1년 계약을 일찌감치 맺었고, 이후 최고 시속 159㎞를 자랑하는 파이어볼러 라일리 톰슨(28)을 새로 영입했다.
특히 라일리의 경우 하트의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잡은 선수였다. 임 단장은 라일리에 대해 "우완으로서 워낙 구위가 좋아서 그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며 "하트 잔류를 기준으로 처음에 후보를 본 것이었다. 좌완인 하트와 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위가 좋은 우완투수를 잡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NC 입장에서 하트는 당연히 잡아야 할, 반드시 재계약을 맺어야 할 선수다. 202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4경기에 나와 15.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게 메이저리그(MLB) 커리어의 전부였던 하트는 2024시즌을 앞두고 NC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대니얼 카스타노(30)에 이은 2선발로 예고됐으나,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개막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카일 하트의 투구 모습.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지난 10월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호준(48) NC 감독은 "하트 재계약이 선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 본인 역시 지난 11월 말 열린 '타운홀 미팅'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비시즌 잘 보내시고, 곧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남겨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팀들의 움직임이 걸림돌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빅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과 일본 선수'를 꼽으면서 KBO 리그에서는 하트를 꼽았다.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올겨울 빅리그 FA(프리에이전트) 상위 50인 명단을 선정하며 하트를 48위에 올려뒀다.
하트는 지난달 미국 매체 매스라이브와 인터뷰에서 "몇몇 메이저리그 팀에서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일본프로야구(NPB), 혹은 NC로 돌아가는 길도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KBO 리그 잔류를 후순위로 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임 단장 역시 "오퍼는 일찌감치 했다"면서도 "상대가 그다지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게 문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팀과 먼저 얘기를 하고 싶다는 선수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와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며 "윈터미팅에서 많은 팀과 만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NC는 재빨리 '플랜 B'를 꺼내들었다. 임 단장은 "리스트업은 해놓고 접촉을 하고 있었다"며 "(하트가) 미국으로 가는 분위기여서 최근에는 대체 선수와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NC는 유력 후보에 대한 메디컬 테스트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2023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에릭 페디. /사진=뉴시스 |
이는 대성공이었다. 페디는 한국에 오면서 신무기 스위퍼를 가다듬었고,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이에 KBO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동원상 등 받을 수 있는 상은 모두 받았다.
이에 페디의 주가 역시 급상승했고, 결국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1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돌아갔다. 페디는 올해 화이트삭스와 세인트루이스 두 팀에서 9승 9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위기의 순간 하트라는 에이스 자원을 영입하면서 NC는 2024시즌에도 에이스 걱정은 덜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잘해버리는 바람에 이번 겨울에도 골머리를 앓게 됐다. 임 단장은 "3년 연속 1선발이 메이저리그로 이탈하고 있는데 어쩔 수 없다. 또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NC는 전통적으로 에이스급 외국인 선발에서 대부분 좋은 결과를 냈던 팀이다. 이 감독 역시 부임 당시 "(외국인) 스카우트가 10개 구단 최고 아닌가. 좋은 선수 잘 뽑아주실 거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카일 하트.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