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이정후의 아찔했던 복귀전, 가슴 쓸어내린 감독→동료들은 찬사를 보냈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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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3일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1회말 수비 도중 담장과 충돌하며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3일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1회말 수비 도중 담장과 충돌하며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천천히, 천천히."

1억 1300만 달러(1625억원) 스타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치명타를 입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9개월 만에 나선 실전 무대에서 이정후(27)는 다시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고 사령탑은 이렇게 간절히 외쳤다.


이정후가 다시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것은 샌프란시스코로서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해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전 수비 도중 담장과 충돌해 어깨 탈구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며 데뷔 시즌은 단 37경기 만에 마감됐다. 그리고 수술과 재활을 거쳐 9개월 후 다시 실전 무대에 올랐다.


이정후가 복귀전 첫 타석에서 초구를 때려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정후가 복귀전 첫 타석에서 초구를 때려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지명타자)-마르코 루시아노(좌익수)-이정후(중견수)-루이스 마토스(우익수)-제이크 램(1루수)-샘 허프(포수)-케이시 슈미트(3루수)-브렛 와이즐리(2루수)-오레이비스 바사베(유격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랜든 루프.

올 시즌을 앞두고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3번 타자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그만큼 이정후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1회초부터 안타를 터뜨렸다. 3번 타자로 1회초 2사에서 타석에 나선 이정후는 초구 몸쪽 높은 시속 92.3마일(약 148.5㎞)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전 안타를 날렸다. 오랜 만에 안타를 신고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예감케 했다.

그러나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시즌 훈련 성과를 확인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경기다. 그렇기에 이정후의 수비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1회말 텍사스 선두타자 에반 카터가 강하게 때린 공이 좌중간으로 향했다. 이정후는 여유 있게 쫓아갔고 담장 앞에서 타구를 걷어냈다.

이정후의 수비 장면.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정후의 수비 장면. /사진=김진경 대기자
야구에서 흔히 나오는 일반적인 장면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는 물론이고 이정후의 부상 장면을 알고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부상을 당한 장면과 매우 비슷한 타구 위치였기 때문이다. MLB닷컴에 따르면 경기 후 멜빈 감독은 "저는 '천천히, 천천히'라고 말할 뻔했다. 벽에 충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그 공을 잡으러 갔다. 정말 멋진 플레이였고 쉽게 해낸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선발 루프도 이정후를 무한찬양했다. "나는 그가 잡을 것이란 걸 알았다"며 "강한 타구였지만 그가 끝까지 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정말 뛰어난 수비수이고 타격도 보여줬다. 그는 정말 완벽한 선수다. 그가 이번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또한 이정후에 대해 "그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실히 믿고 있다"며 "그는 정말 타격을 잘하고 잘 달릴 수 있고 똑똑하며 경기를 이해하고 잘 연구한다. 그의 사고 방식이 매우 일관된 것 같다"며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보여줬지만 사실 그는 정말 뜨겁게 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정말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현지에서도 오랜 만에 복귀전에서 3타수 1안타 1삼진와 호수비쇼까지 펼친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외신 기자들은 교체된 이정후가 원정팀 클럽하우스로 들어오자 "첫 타석부터 첫 번째 공을 치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호수비를 펼친 자신감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정후는 "스윙해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내 타이밍이 맞는지, 손에 제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안타가 나왔지만, 중요한 건 내 스윙 메커니즘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자신감을 찾기 위해선 경기 전후로 훈련을 많이 하면서 감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 연습도 중요하고 실전도 많이 뛰면서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스프링캠프 때 배팅 연습도 많이 하고 필드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지켜보는 이들과 달리 부상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 이정후는 "그동안 어떤 부상이든 스프링 트레이닝을 거쳐 감각을 찾았다. 이번에는 복귀 기간이 길어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30경기 넘게 남았으니 그 안에 충분히 (타격감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부상 후) 이런 과정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타이밍을 잡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서 스윙을 많이 돌려보려 한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면서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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