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공개한 직후, 시장의 냉담한 반응과 함께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페라리는 최근 로마에서 열린 행사에서 브랜드 전동화 비전의 결정체인 첫 전기차 루체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이탈리아어로 '빛'을 의미하며,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니 아이브와 그의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이 제작에 참여했다. 루체는 페라리 최초의 4도어 5인승 차량으로, 가격은 약 64만 달러(한화 약 8억 7000만 원)로 책정됐다. 122kWh 대용량 배터리와 4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1000마력 이상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2.5초 이내에 도달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500km 수준이다.
내부에는 촉각적 제어를 선호하는 조니 아이브의 철학이 반영돼 물리적 바늘이 결합된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계기판이 적용됐다. 또한 내연기관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 모터 소리를 인위적으로 증폭하는 가상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페라리의 야심찬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페라리 주가는 루체 공개 직후 5~7%가량 급락했다. 벤징가 등 외신에 따르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이질적인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과 하이엔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의구심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루체의 외관이 페라리 고유의 날렵한 상징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64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이 실제 수요로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경쟁사들이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전동화 계획을 축소하는 상황 역시 페라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운드 증폭 기능 등이 내연기관 감성을 중시하는 충성 고객에게 단순한 눈속임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와 제프리스 등 주요 투자 은행들이 공급제한 정책에 따른 성장 둔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발표 직전에는 주가가 기대감에 상승 국면을 유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낸 것. 페라리의 의도와는 달리 EV 시장 안착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한 상실감이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페라리 주가는 단기 및 중기 이동평균선을 모두 밑돌며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개월간 주가가 30%가량 하락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그러나 고금리 등 거시경제적 악재 속에서도 페라리는 업계 최고 수준인 약 22%의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의 신차 주문이 모두 마감됐다. 35억 유로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지속해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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