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불 히어로 무비 '데드풀(Deadpool)'의 흥행이 심상찮다.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20세기폭스가 제작해 선보이는 '데드풀'은 정식 개봉 첫날인 지난 17일 무려 25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청불 외화의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데드풀' 이전에 '킹스맨'이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 역시 20세기폭스가 선보였던 청불 액션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이하 '킹스맨')'를 연상시킨다. 막 나가는 '돌아이' 히어로와 영국신사 스파이란 정 반대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콕 집어 성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솜씨만은 매한가지다.
팀 밀러 감독의 '데드풀'은 알려진 대로 마블코믹스가 원작인 신상 슈퍼히어로 무비다. 1991년 '뉴 뮤턴트'에서 처음 등장한 히어로인 '데드풀'이 주인공. 무술, 격투, 사격에 능한 특수부대원 출신 용병으로, 말기암 치료를 위해 비밀실험에 참가했다가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강력한 자가치유능력(힐링팩터)을 얻은 웨이드 윌스(라이언 레이놀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린 빨간 슈트를 입은 그는 스스로 '데드풀'이라 칭하고 악당과 싸운다.
'킹스맨' 또한 코믹스가 원작인 스파이 무비다. '데드풀'에 비해서는 원작 인지도가 크게 낮다. 영화가 나오기 불과 1년 전 나온 원작은 '킥애스''원티드'의 작가 마크 밀러와 '워치맨'의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깁슨, 그리고 영화 '킹스맨'의 감독 매튜 본이 참여, 작품의 바탕이 됐다. 원작 '시크릿 에이전트:킹스맨'(The Secret Service:kingsman)은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사는 조카 개리를 보다 못한 삼촌 잭이 그를 비밀스러운 스파이의 세계로 이끌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코믹스의 조카 개리가 영화의 에그시(태론 에거튼)로, 삼촌 잭이 멘토인 해리 하트(콜린 퍼스)로, 영국 MI6가 원탁의 신사 스파이 집단 킹스맨으로 바뀐 셈이다.

제작 단계부터 R등급을 표방했다는 점 또한 둘의 공통점이다. 등급을 높여 마음껏 하고픈 바를 표현했지만 스타일은 다소 다르다.
'데드풀'은 적은 물론 동료에게도 짜증을 유발할 만큼 수다를 멈추지 않으며 '제4의 벽'을 넘어 독자에게도 말을 거는 만화 속 데드풀의 캐릭터를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고 스크린에 담아냈다. 듣기 민망한 B급 저질 농담까지 고스란히 살려 성인 유머의 포인트로 삼았다. 유머가 섞인 탓에 느낌이 희석될 뿐, 액션의 수위나 노출의 수위 역시 기존 히어로 무비와는 비교가 안 되게 높다. 총과 칼이 난무하는 가운데 신체훼손, 신체절단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 강도 높은 베드신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킹스맨'은 '슈트 포르노'란 평가를 받을 만큼 완벽한 정장을 차려입은, 멋들어진 영국 발음을 구사하는 신사들의 액션으로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드미컬하고도 현란한 액션의 신세계를 신마다 다른 스타일로 선보였다. 격식을 차렸고 피가 튀지 않을 뿐 신체절단, 신체훼손 등 묘사의 수위는 상당하다. 심지어 말 그대로 악인들의 목을 날리면서 이를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묘사하기까지 한다. 재기발랄하지만 당연히 청소년관람불가다. 막판에야 살짝 맛만 보여주는 노출은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다.
장르를 비튼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데드풀'은 슈퍼히어로는 물론이고 영화사, '엑스맨', 심지어 주인공이자 제작에도 참여한 라이언 레이놀스까지 사정권에 둔 전방위 '디스'로 웃음을 안긴다. 히어로물에 정통한 관객일수록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코드다.
이 모두는 마블히어로의 시대와 함께 히어로물 팬층의 저변이 확대된 덕이 크다. 수년간 영화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찬밥 신세였던 '데드풀'이 위험천만한 본색을 고스란히 살린 18금 히어로로 나타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미국에서야 2010년 '킥애스'가 바람을 일으켰지만, 한국에서의 영향은 미미했다. '데드풀'의 흥행은 이제 한국 또한 영화와 이전에는 인지도가 제로에 가까웠던 슈퍼 히어로물, 그것도 성인만을 타깃한 작품까지 잘 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단 방증이기도 하다.

'킹스맨'의 경우 007로 대변되는 스파이 첩보물의 전형을 신나게 변주했다. 멋진 영국 스파이를 내세웠지만 키치한 감성으로 느끼하고 지겨운 클리셰들을 싹 걷어내다시피 했다. 동시에 상류층의 특권의식을 조롱하면서 서로 다른 계급의 두 주인공을 적절하게 대비시키는가 하면, 스파이 무비와 성장영화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키며 관객들의 공감을 함께 얻었다.
1편의 성공을 바탕으로, 혹은 성공을 예감하고 2편을 만든다는 것 또한 둘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지난해 2월 11일 개봉한 '킹스맨'은 무려 612만 관객을 모으며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작성했다. 2편은 2017년 6월 개봉 예정. '데드풀'은 아예 개봉과 함께 2편 제작을 공언하고 나섰다. 일단 기세 좋게 스타트를 끊은 '데드풀'의 관객몰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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