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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수·나홍진..키워드로 본 2016 상반기 韓영화 ①

여성·복수·나홍진..키워드로 본 2016 상반기 韓영화 ①

발행 :

전형화 기자

[2016 영화 상반기 결산]

사진


2016년도 어느새 반환점을 돌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들이 공개되기 전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상영편수는 551편으로 그 어느 해보다 많았다. 그 중 한국영화는 139편으로 역시 역대 최다였다. 그렇지만 관객수는 4197만 7619명(1월1일~6월20일 기준, 점유율 46.8%)으로 지난해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1월과 3, 4월 관객수 급감은 참담할 정도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상반기 한국영화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여성과 복수, 그리고 나홍진이다.


올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 중 200만명을 넘어선 영화는 단 4편 뿐. '검사외전'(970만명)과 '곡성'(679만명, 상영中) '아가씨'(371만명, 상영中) '귀향'(358만명)이다. 100만명 이상 동원한 영화는 '탐정 홍길동'(143만명) '시간이탈자'(120만명) '동주' (116만명)'오빠생각'(106만명) '날, 보러와요'(106만명) 등이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동주'와 '날, 보러와요' 뿐이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흥행작들은 대개 여성과 복수가 키워드였다. 지난 2월 개봉한 '귀향'은 위안부의 이야기. 기획부터 개봉, 흥행까지 성공할 리 만무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화제를 모았다. 여성이다.


비수기인 4월에 개봉한 '날, 보러와요'는 갑작스럽게 정신병원에 끌려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입소문으로 100만명을 동원했다. 여성과 복수 이야기다.


6월 극장가를 강타한 '아가씨'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유산의 상속녀와 그 재산을 빼돌리려 한 사기꾼 일행인 하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레즈비언을 소재로 120억원이란 막대한 돈이 투입된 첫 한국상업영화기도 하다. 여성의 사랑, 연대가 주요 테마다.


그 밖에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 것도 눈에 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가수가 되고팠던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해어화', 불륜이지만 자기를 찾아 나선 여인의 이야기로 귀결된 '남과 여', 할머니와 손녀, 거짓이었지만 참된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 '계춘할망' 등이 줄줄이 개봉했다.


6월 극장가에는 총선을 앞두고 딸이 납치된 국회의원 후보의 아내 이야기를 다룬 '비밀은 없다'와 진정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임신 스캔들을 벌이는 여성 스타의 이야기 '굿바이 싱글' 등도 선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복수로 대리만족을 주는 이야기도 큰 사랑을 받았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검사와 사기꾼이 힘을 합쳐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 '검사외전'이 상반기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감독버전까지 개봉해 흥행몰이를 한 '내부자들'에 이은 대리만족 복수극이다. '베테랑'과 '내부자들'에 이어 갑들에게 억울한 일을 겪은 을들이 복수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개봉한 김명민 주연 영화 '특별수사'는 재벌 사모 청부살해 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줄줄이 등장했다. 한 때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만들면 반드시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암살' 흥행 성공으로 징크스가 깨진 탓인지, 일제시대 배경 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동주' '해어화' '아가씨'까지 모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반기에도 독립군과 친일파 이야기인 '암살'이 개봉한다. 통상 시대극은 과거를 빗대 현재를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현재를 제대로 비판할 수 없을 경우 우회적인 통로로 활용하기도 한다.


부끄럼이 넘치던 시대, 시를 쓴다는 걸 부끄러워했던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동주', 자기 일을 하고 팠던 여성 이야기를 남자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만들어버려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암울한 시대에서 꿈을 꿨던 여성 이야기였던 '해어화', 적극적으로 친일파가 되고자 했던 남자가 만든 세계를 부수고 탈출하는 여성 이야기 '아가씨'. 이들 영화들이 지금 관객과 만난 건 의미가 깊다.


지난 5월 혜성처럼 등장한 '곡성'은 올 한국영화 흐름과는 동 떨어진 영화다. 나홍진 감독이 '황해' 이후 6년만에 선보인 '곡성'은 오컬트와 미스터리, 좀비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 됐지만 그 어느 것도 아닌 영화였다. 서사구조가 실종 되다시피 했지만 서스펜스 만으로도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다는 걸, 입증한 독특한 영화기도 하다. 나홍진은 나홍진 만의 장르로 관객을 현혹 시켰다.


영화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지금 사회를 반영한다. 올 상반기 한국 사회는 갑들에 의한 을들의 억울한 희생, 여성혐오 등이 화두였다. 이들 영화들에 관객들이 반응한 건, 그렇기에 의미 있다.


한국영화계는 한국사회 축소판이기도 하다. '내부자들'은 억울한 을의 통쾌한 반격을 그렸지만, 감독판 부율을 9대1로 조정해 연초 극장가를 독식했다. 대리만족 복수극 영화인 '검사외전'은 한국 스크린 70% 이상을 장악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재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결국 부산시의 복수가 성공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해촉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6년 영화계. 하반기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지, 제대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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