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상륙작전'은 기획영화다. 정태원 태원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포화 속으로' 이재한 감독과 내놓은 한국전쟁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다. 휴전으로 끝난 한국전쟁에서, 반전을 이뤄낸 승리의 서사, '인천상륙작전'은 그런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그 기획은 여러모로 올해 한국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마침내 공개됐다.
20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기자시사회에는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구름처럼 모였다. 맥아더 장군 역에 리암 니슨이란 신의 한수를 둔 '인천상륙작전'이 과연 어떨지, 예상대로 천만 기획일지, 미리 살피려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마침내 뚜껑을 연 '인천상륙작전'은 기획의 중요성과 제작의 어려움을 오롯이 입증했다.
'인천상륙작전'은 첩보영화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첩보전을 그렸다. '인천상륙작전'에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처절한 전투 장면을 그린 '지상 최대의 작전'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바라면 안된다는 뜻이다. 실제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확률 5000분의 1이였기에, 방심한 북한군의 허를 찔러 큰 전투 없이 성공한 작전이다. 때문에 '인천상륙작전' 제작진은, 상륙작전을 묘사하기 보다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첩보전을 택했다. 이 선택이 영화의 운명을 갈랐다.
맥아더 장군은 전쟁의 전황을 바꾸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기획한다. 주위의 반대가 상당하다. 인천은 대규모 상륙작전을 벌이기엔 입지가 너무 안좋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크다, 배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적다, 탱크가 갯벌에 갇힐 것이다, 등등 숱한 이유가 튀어나온다. 인천을 노르망디처럼 성공시켜 대통령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산다.
맥아더 장군은 이런 반대를 뒤로 하고, 작전을 강행하기 위해, 인천의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엑스레이 작전은 그렇게 기획된다. 8명의 해군 특공대는 인천 지역에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인천 앞바다에 깔린 기뢰의 정보를 입수해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엑스레이팀을 이끄는 장학수 대위. 모스크바에 유학까지 갔던 공산주의자였지만 이제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삶에 앞장선다. 그는 "피보다 이념이 중요하다"는 공산주의자들의 말보단 "피가 이념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장학수 대위는 인천 지역 방위 총사령관인 림계진에게 접근한다. 림계진은 북한군 상층부와는 달리, 인천으로 맥아더가 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용의주도한 그에게서, 기뢰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은 상황. 장학수 대위와 엑스레이팀은, 인천 지역에서 첩보 활동을 벌이던 켈로 부대와 손을 잡는다.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개시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엑스레이팀은 어떻게든 기뢰 지도를 구하기 위해 적진 한 복판에서 첩보 작전을 감행한다.
'인천상륙작전'은 반공영화다. 착한 한국군과 나쁜 북한군, 구도가 명확하다. 구도가 명확하니, 캐릭터가 전형적이다. 쉴 새 없이 진행되는 흐름이니 전형적인 캐릭터는 이야기 진행에 오히려 효과적이다. 굳이 캐릭터를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깐.
다만 '인천상륙작전'은 첩보영화다. 첩보영화는 작전에 투입된 사람들 하나하나, 캐릭터가 명확해야 감정 이입이 커진다. 성공한 작전에 희생한 사람들 이야기니, 감정 이입이 클수록 감동이 커진다. 더욱이 '인천상륙작전'은 이 사람들 하나하나의 퇴장에 울림을 주려 했다. 첩보영화며 반공영화며 호국영령을 기리는 영화기에 더욱 그랬다. 안타깝게도, 캐릭터 설명이 부족 하다 보니 고귀한 희생에 걸맞은 울림은 부족하다. 주인공을 제외하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분명 있었을 설명이 편집된 탓인지, 아쉬움이 크다.
첩보물로 초반 긴장감은 상당하다. 적진 한복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작전을, 온갖 방해를 뚫으면서 몰고 가는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인천상륙작전'은 여기에 전쟁 블록버스터로 욕심을 냈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작전인 팔미도 등대 점령에, 엑스레이 팀의 해안 전투, 가족애와 애틋한 연정까지, 여러 이야기를 더했다. 첩보영화와 전쟁 블록버스터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과했다.
'인천상륙작전'은 "이념은 피보다 짙다"는 철저한 공산주의자 림계진의 입을 통해 묻는다. "뿌리가 썩었는데 열매가 맺히겠냐." 공산주의자의 입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를 비판한다. 이 질문은 역으로 돌아온다. 지금 대한민국은 뿌리가 썩었는데 열매가 맺히겠냐고 질타한다. 안보 의식이 옅어진 지금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피가 이념보다 중요하다"는 장학수가 답한다. "이제 그만하자." '인천상륙작전'은 반공영화이자 반전영화로, 두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접 관객에게 묻는다.
이 질문과 답은 그대로 이 영화에도 유효하다.
'인천상륙작전'의 마지막은 '연평해전'과 닮았다. 데칼코마니처럼 찍어낸 듯 하다. 실화와 허구를 극화한 영화들인지라, 마지막에 전하려는 메시지가 닮아 그런 듯 하다. 누군가의 아들이었으며,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그들의 희생이, 지금을 있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영화인 '인천상륙작전'의 의미이자 목적이자 결과다.
7월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개봉일인 7월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일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 '인천상륙작전'은 피와 살이 튀지만 12세 이상 관람가다. '연평해전'도 12세 이상 관람가였다.
추신2. 태원 엔터테인먼트는 '포화 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서울수복을 다룬 한국전쟁 3부작 세 번째 영화를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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