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암 니슨의 영화로 먼저 널리 알려졌지만 여름 대작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실제 주인공은 사실 배우 이정재다.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첩보작전에 나섰던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정재는 일명 '엑스레이' 작전으로 불리는 이 첩보작전을 이끈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로 분해 이야기를 이끈다.
이정재는 '인천상륙작전'에서 굳은 신념으로 작전을 지휘하는 대장 역할을 맡았다. 실존 참전용사를 염두에 둔 캐릭터답게 인물의 영웅적인 면모를 묵직하게 살려냈다. 그는 나름의 아픔과 고민 속에 작전에 지원했으면서도 긴박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리더로 장학수를 표현했다. 북한 사투리에 러시아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엘리트 장교로서 철저한 사전 준비로 대범한 전술을 구사하는 대목 또한 흥미를 자아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정재가 전작에선 관객의 허를 찌르는 악역으로 분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300만 관객을 모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서 이정재는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 역을 맡았다. 친일파 암살작전에 투입할 요원들을 직접 모으러 다니지만 이들의 정보를 일제에 팔아넘기며 일신을 도모한 파렴치한 악당이었다. 심지어 나야말로 애국자라는 확신으로 해방 이후에도 호의호식 하는 모습으로 관객을 자극했다. 몸무게를 15kg을 감량하고 망가진 몸으로 노역 분장을 하는 등 캐릭터를 위해 들인 노력도 상당했다.

앞서 그가 연기한 '관상'의 수양대군, '도둑들'의 뽀빠이 또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악역. 그런 이정재에게 '인천상륙작전'의 장학수는 180도 반전이나 다름없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정재는 염석진의 잔상을 전혀 남기지 않는 변신으로 든든히 극을 이끌었다. 격렬한 액션 장면을 직접 연기하다가 손목과 손가락 인대가 끊어질 만큼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인물 표현에도 신중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이정재는 지난 20일 열린 '인천상륙작전'의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암살' 당시 친일파 악역을 연기한 뒤 "욕을 많이 먹었다"고 그간의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정재는 "영화 캐릭터라 이입을 하는 관객들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고도 털어놨다.
이재한 감독으로부터 '인천상륙작전'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이 정도면 이미지가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정재. '인천상륙작전'을 본 관객이라면 이정재가 연기했던 '암살' 속 친일파 악당의 이미지를 말끔히 지워버릴 수 있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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