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성애'는 요즘 영화계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영화 속 가슴 절절한 아버지들의 '딸 바보', '아들 바보' 연기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공감대를 끌어낸다.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 속 단골 소재로 쓰인다.
지난 2009년과 2013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해운대'와 '7번방의 선물'에선 박중훈과 류승룡이, 최근 개봉작 '로봇, 소리'와 '곡성',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에선 이성민과 곽도원, 김상호가 각각 딸을 사랑하는 진한 부성애 연기로 감동을 줬다.
최근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리암 니슨도 앞서 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아버지를 소재로 한 '테이큰' 시리즈를 통해 액션 스타로 발돋움했다.
대작들의 잇따른 개봉으로 스크린 경쟁이 한창인 올 여름 극장가에도 부성애 코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한 '부산행' 역시 한국형 좀비 캐릭터에 가슴 찡한 부성애 소재를 더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부산행'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져 쑥대밭이 된 서울역을 출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 좀비들의 습격 속에 딸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아빠 '석우' 역을 맡은 배우 공유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산행'에서 공유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이자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다. 별거 중인 엄마에게 가고 싶어하는 어린 딸을 데리고 부산행 KTX에 오르는 인물이다.
딸에게 준 생일선물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가정보다 일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아빠지만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딸을 구해내려는 눈물 겨운 부성애를 드러낸다.
영화 속 공유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아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펼쳐지는 공유의 애틋한 부성애 연기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터널'에서 배우 하정우가 연기한 정수도 석우 못지 않은 평범한 가장이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에 고립된 정수의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극 중 정수는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어린 딸을 둔 자동차 판매원이다. 딸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서 집에 돌아가던 도중 터널에 홀로 갇히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질적으로 딸을 지키는 인물은 아니지만 생사를 오가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터널 밖에 있는 딸을 걱정한다. 근근이 이뤄지는 바깥 세상과의 통화에서도 딸과 아내의 안위를 걱정하는 정수의 모습은 어쩌면 '부산행'의 석우보다 좀 더 현실적이다.
공유와 하정우가 연기한 석우와 정수는 각기 다른 상황 속에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지만, 나란히 재난 속 부성애란 키워드를 묘하게 관통하고 있다. 아직 싱글인 두 배우가 부성애 짙은 아빠 역할을 어색함 없이 연기했다는 점도 닮았다. 서로 다른 색채의 재난 영화에서 같은 듯 다른 분위기로 몰입감을 선사한 이들의 부성애 연기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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