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마침내 메이저리그(ML)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아직 공식 포스팅 전임에도 무려 20개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 가운데 과연 계약 시점이 언제쯤일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키움 구단의 요청에 따라 이정후 선수를 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해 줄 것을 MLB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MLB 30개 구단은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한 다음 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대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이정후와 계약 협상이 가능하며,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이적료를 키움에 지급해야 한다. 만약 협상 만료일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할 경우 포스팅은 종료되며, 이정후는 다음 연도 11월 1일까지 포스팅될 수 없다.
MLB 사무국에 요청한 것일 뿐, 아직 공식적으로 포스팅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MLB 사무국은 KBO의 요청을 받고 관련 서류들을 검토한 뒤 30개 구단에 이정후가 시장에 나왔음을 알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3년 전 같은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포스팅을 신청한 것은 11월 25일이었으나, 포스팅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12월 8일이었다. 소급 적용을 통해 김하성의 포스팅 마감 기한은 2021년 1월 2일까지였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이정후는 다음 주 중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소유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하면서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이정후를 향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가히 폭발적이다. 내야 유틸리티로 여겨지던 김하성과 달리 올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외야수 FA 상황과 맞물려 '2019년 내셔널리그 MVP 출신' 코디 벨린저, '류현진의 토론토 시절 동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함께 외야 FA 톱3으로 불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1월 초 2023~2024 오프시즌 FA 톱 25를 꼽으면서 이정후를 외야수 중 벨린저, 테오스카에 이은 3위, 전체 14위로 올렸다.


미국 CBS 스포츠의 경우 지난 13일 "이정후가 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한다면 신인왕 후보에 등극할 지도 모른다"며 아직 포스팅 신청을 하지도 않은 이정후를 2024년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로 꼽은 바 있다.
이정후의 미국 에이전트 보라스는 지난 9일 열린 메이저리그 단장 회의에서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 절반에 가까운 팀들이 우리에게 이정후에 대해 문의했다. (요시다 마사타카와 비슷한 유형의) 이정후는 중견수 프리미엄이 있는 데다 수비도 할 수 있고 파워도 있다. 난 그가 메이저리그에 K팝을 가져올 선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통 뛰어난 화술로 선수에게는 최고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보라스의 말인 만큼 걸러 들을 필요가 있었지만, 이후 나오는 반응을 본다면 허언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보름 뒤인 이날 뉴욕 포스트는 "외야수를 쫓는 뉴욕 양키스의 현 상황은 의구심과 경쟁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양키스는 만 24세에 불과한 한국의 중견수 이정후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하지만 그의 뒤를 쫓는 팀은 20개나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선배 김하성보다 빠르게 계약할 팀을 결정할지도 관심사다. 김하성은 12월 8일 언론을 통해 포스팅 사실이 공표된 후 12월 29일 샌디에이고와 계약에 합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후 김하성은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마쳤고 1월 1일 보장 4년 2800만 달러, 최대 5년 3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을 알렸다. 언론을 통해 포스팅 시작부터 계약 합의까지 딱 3주가 걸린 셈이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으로 MVP를 차지했고,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에 올랐다. 다만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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