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안타를 치면 아내가 울어요."
최근 KT 위즈 타선을 이끌고 있는 新 타격 기계 권동진(27)에게는 행복한 고민이 있다. 동갑내기 아내 김선유(27) 씨가 자신이 안타를 칠 때면 눈물을 보이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전까지 1군에서 안타를 치는 권동진을 보긴 쉽지 않았다. 권동진은 제주 신광초-세광중-세광고-원광대를 졸업하고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했다. 2021년 1군에 데뷔했지만, 주로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 나왔고 지난해까지 1군 기록은 143경기 출전에 타율 0.211(114타수 24안타), 1홈런 10타점, 출루율 0.328 장타율 0.307 OPS(출루율+장타율) 0.635에 그쳤다. 군 복무로 시즌을 비웠던 2023년을 제외하고 한 해에 6안타를 쳤던 셈이니 응원하는 입장에선 안타 하나도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하지만 올해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이벤트를 일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7월 국군체육부대(상무) 전역 후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히 호평받은 권동진은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했다. 시즌 초반에는 탄탄한 내야진에 밀려 교체로 나왔으나, 지난달 21일 주전 유격수 김상수(35)가 왼쪽 복사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본격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회를 주자 펄펄 날았다. 지난달 10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였고,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는 8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시즌 성적은 24경기 타율 0.385(65타수 25안타) 6타점 10득점, 출루율 0.461 장타율 0.462 OPS 0.923까지 치솟았다.

그 이유로 유한준(44) KT 1군 타격코치와 전력 분석의 조언을 꼽았다. 최근 만난 권동진은 "빠른 공 대처가 잘 되고 있다. 대기 타석에서 (유)한준 코치님과 플랜을 짜고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한준 코치님과 나오는 투수마다 어떻게 상대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석에서 한준 코치님과 이야기한 대로만 했는데 잘 되고 있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나오면 타격 포인트를 빠르게 앞에 두고, 삼진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던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구장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타석에 계속 나가다 보니 내 존이 생기고 있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일취월장한 수비도 그가 계속 1군에 출장할 수 있는 이유다. KT 이강철 감독은 그 어느 사령탑보다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야수 유망주들의 타격 재능도 알고 있기에,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천성호, 윤준혁, 유준규, 강민성과 함께 권동진을 수비 스페셜 조로 분류해 맹훈련시켰고, 그 성과가 최근 나오는 중이다.
권동진은 "상무에서부터 수비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박치왕 상무 감독님이 워낙 잘해주셨고 그렇게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KT로 돌아와서도 호주 캠프부터 스페셜 조로 뛰면서 수비가 많이 늘었다. 스페셜 조 선수들이 비록 경쟁자지만, 같은 또래라 마음이 더 편한 것도 있고 유대감도 생긴다. 서로 평범한 타구에도 잘한다고 칭찬한다. 부담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한두 개씩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계속해서 타율 4할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 만족하기엔 개선하고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권동진은 "아직 바깥쪽 공을 참았다기보단 참아졌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운 좋게 볼이었던 것도 많고 빠른 공을 노리면서 변화구도 쳐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최근 한 달이 야구하면서 제일 재미있던 순간인 것 같다. 이게 야구구나 싶고 앞으로 더 이런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활짝 웃었다.
권동진은 이 인터뷰를 빌려 동갑내기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어 했다. 대학 시절 만나 4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2월 백년가약을 맺은 권동진은 결혼 발표 당시에도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기에, 이제 결혼 후에는 내가 보답해주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항상 내가 잘한다고, 멋있다고 해주는 사람이다. 아내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홈경기일 때는 항상 직관을 와서 함께 집으로 가는데, 안타를 칠 때마다 울었었다. 요즈음은 귀가할 때 아내가 집에 가서 맛있는 밥 해주겠다고 하고 서로 재미있어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아침, 저녁으로 함께하는 아내가 내겐 활력소다. 왜 운동선수들이 결혼하면 안정감을 갖게 된다는 건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그런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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