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모두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포수 이주헌(22)이 차츰 제 역할을 해내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LG가 올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도 2위 밖으로 떨어진 적 없는 1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데는 안방마님과 클린업 타자 중책을 모두 맡은 박동원(35)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1군에 데뷔한 박동원은 7년 연속(2019~2025년) 포함 총 10번의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을 만들며 통산 168홈런을 때려낸 공격형 포수다. 그 정점이 이적 첫해인 2023년으로,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409타수 102안타) 20홈런 75타점 장타율 0.443으로 LG의 숙원을 풀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2차전 결승 역전 투런, 3차전 다시 경기를 뒤집는 역전 2점 홈런으로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보여주며 MVP에 준하는 맹활약을 했다.
그 후로 LG는 박동원과 안방을 나눠 가질 백업을 찾아 나섰다. 144경기 풀 시즌을 치르면서 포수와 클린업 타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 실제로 박동원은 LG 입단 이전에도 마땅한 백업 포수가 없던 시즌에는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며 월별 타격 성적의 편차가 컸다. LG에 와서도 허도환(은퇴)이 2023년 47경기 212이닝, 2024년 59경기 250이닝을 맡아줬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허도환의 은퇴 이후 혜성처럼 떠오른 것이 이주헌이다. 이주헌은 서울이수초-성남중-성남고 졸업 후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입단한 우투우타 포수. 성남고 박혁 감독이 롤모델을 필요로 하는 제자들에게 늘 가장 먼저 추천하는 선배가 이주헌일 정도로, 워크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과 성실함에 있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인정받던 선수였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비와 타고난 성실함에 KBO 최고 포수로 불리던 박경완(53) LG 1군 배터리 코치의 맨투맨 지도가 더해지자, 그 재능이 3년 만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해 3경기를 치른 데 이어, 올해 4월까지 선발 7경기에 그쳤던 이주헌은 6월 17경기에서 9경기를 선발 출장하며 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에 염경엽 LG 감독은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다행히 (이)주헌이가 시즌 초반보다 많이 성장했다. 타격도 초반보다 많이 좋아지고 이제 (어떤 상황이든) 이겨낼 수 있는 수비가 된다. 블로킹이 많이 안정됐다. 박경완 코치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동안 (박)동원이의 비중이 컸는데, 주헌이 덕분에 올해, 내년에도 동원이 체력을 세이브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78⅔이닝으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송승기(23) 역시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후 "이제 볼 배합 면에서도 (이)주헌이를 많이 믿고 던진다. 경기 초반 내 공을 받고 그날 내 컨디션에 맞춰 가장 좋은 공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간다. 오늘(22일) 체인지업이 많았던 것도 그 이유다. 블로킹도 그렇고 다른 부분에서도 투수가 편하게 믿고 던질 수 있는 포수가 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주헌의 성장으로 박동원의 부상과 체력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면서 그간의 노력은 LG가 오랜 기간 1강 전력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구단 구성원들의 칭찬에도 이주헌은 만족하지 않는다. 22일 경기 후 만난 이주헌은 "아무래도 많은 경기에 나가다 보니 경기 운영이나 볼 배합도 수월해졌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고 지금보다 실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박경완 코치님이 피드백을 많이 주시는데, 박경완 코치님은 항상 '수비가 돼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신다. 그래서 나도 수비에 더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고, 시즌 끝까지 계속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15이닝), 요니 치리노스(5이닝) 등 외국인 투수들과도 호흡을 맞추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이주헌에 따르면 에르난데스와 치리노스는 메이저리그(ML) 경력에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이주헌은 "한 명의 투수와 계속하는 것보다 다양한 투수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더 경험되고 도움도 된다. 치리노스나 엘리나 나를 믿어주고 많이 존중해준다. 항상 내게 '자신 있게 해,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많은 걸 맡겨준다. 그러다 보니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하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10경기 타율 0.269(26타수 7안타)로 타격에서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주헌은 "한 타석, 한 타석 잘하면 기회가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투수와 호흡을 맞추든, 상대하든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수비 실수를 줄이며, 감독님이나 (박)동원 선배님이 '(이)주헌이에게 한 경기 온전히 맡겨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포수가 되려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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