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남자' 터커 데이비슨(29·롯데 자이언츠)이 초반 위기를 딛고 10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 후 그에게 들려온 건 방출 통보였다.
데이비슨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팀의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1회초 데이비슨은 박찬호와 김선빈에게만 14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 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박찬호를 볼넷과 도루로 2루까지 진출시킨 후 연속 내야 땅볼로 한 점을 내줬을 뿐,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데이비슨은 몇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2회에는 2사 후 오선우의 볼넷과 김태군의 안타가 나왔고, 4회에도 주자 2명을 내보내면서 실점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이를 지웠다.
타선도 힘을 보탰다. 2회 노진혁의 적시타와 한태양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에 성공한 후, 3회에는 박승욱의 2타점 적시타 등을 묶어 3점을 올렸다. 6회말 황성빈의 2타점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스코어는 7-1까지 벌어졌다.
데이비슨은 이날 6이닝 4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투구를 마쳤다. 홍민기와 윤성빈, 정현수가 남은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면서 데이비슨은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하지만 등판 후 롯데 구단은 데이비슨에게 방출 통보를 내렸다. 롯데 관계자는 "데이비슨에게 웨이버를 통보했다. 오늘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고, 내일 공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한 매체를 통해 메이저리그(MLB) 통산 38승 투수 빈스 벨라스케스가 대체 선수로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선수가 유력 후보는 맞으나 아직 협상 중이다"고 밝혔다.
경기 후 김태형 롯데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너무 잘 던져주며 유종의 미를 장식한 거 같다. 데이비슨의 전반기 활약으로 팀이 현재의 순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워크에식과 실력은 갖춘 선수로 더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다. 선수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도 "데이비슨의 마지막 경기에 호흡을 맞추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포수인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삶도 응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데이비슨은 승리 후 선수단과 그라운드에 나와 기념 촬영을 진행했고, 팬들은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선수들은 10승 기념으로 데이비슨에게 물세례를 뿌리며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안겨줬다.
취재진과 만난 데이비슨은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팀 동료나 프런트에서 해줬던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고 말한 그는 "팀이 플레이오프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10승을 거두고도 시즌 중 방출 통보를 받은 외국인 투수는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데이비슨이 처음이다. 당연히 미련이 남을 법도 하다. 그는 "일단 휴대폰은 안 꺼두겠다.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쟁취할 것이다"라며 KBO 리그 재도전을 시사했다.
데이비슨은 롯데라는 팀에 대해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대만(스프링캠프)부터 거의 모든 동료들이 다가와 질문도 하고 얘기도 나눴다. 이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데이비슨은 "항상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업다운이 있겠지만 잘 이겨내서 좋은 성적 내고, 즐겼으면 좋겠다"며 동료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