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승률 8할이라는 기록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LG 트윈스가 필승조를 아끼고 6점 차를 따라잡아 끝내 패배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LG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연장 11회 접전 끝에 6-6 무승부를 거뒀다.
LG에는 시작부터 예상 밖의 시나리오로 흘러간 경기였다. 비교 우위로 예상됐던 선발 맞대결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선발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공) 2탈삼진 6실점(5자책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초반 LG 내야의 어수선한 수비도 있었지만, 8피안타에서 보이듯 정타를 많이 허용한 것도 사실이었다.
롯데 선발 이민석은 5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하며 5이닝 4피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쳤다. 6회 막판 흔들리며 후속 투수의 승계주자 실점으로 자책점이 늘어나긴 했으나, 희망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상대 외인 1선발을 조기 강판시켰음에도 끝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더욱이 LG는 염경엽 감독이 공인한 필승조(유영찬, 김영우, 김진성) 중 두 사람(유영찬, 김영우)을 2연투로 쓰지 못하는 상황. 실제로 6회부터 최채흥(1⅓이닝)-장현식(⅔이닝)-백승현(⅔이닝)-김진성(1⅓이닝)-함덕주(1이닝)-이정용(1이닝) 순으로 추격조들이 등판했다. 이들 중 필승조는 김진성뿐이었지만, 선발이 일찍 내려간 뒤 후반 6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행운도 호수비도 잇따랐다. 6회초 1사 2루에서 박찬형의 타구는 투수 최채흥의 글러브로 향했다. 최채흥은 여기서 침착하게 2루로 송구해 주자를 잡아내면서 이닝을 세 타자로 마무리했다. 7회초에는 빅터 레이예스, 유강남의 연속 안타와 노진혁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2루 베이스 옆으로 향하는 나승엽의 타구를 유격수 오지환이 잡아 2루로 가볍게 송구, 신민재가 1루로 던져 병살을 완성하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연패 탈출을 위한 롯데의 저항은 거셌다. 8회초에는 백승현이 이호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박찬형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내주면서 2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LG는 마운드를 아끼고 아꼈던 필승조 김진성을 투입했다. 김진성은 포크 3개와 직구 하나로 고승민을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어진 9회에도 등판한 김진성은 4~6번 타자를 상대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 사이는 LG 하위 타선은 이날 잠실야구장을 찾은 2만 3750명의 만원 관중을 열광케 했다. 먼저 클린업 트리오가 6회말 롯데 선발 이민석의 제구 난조를 틈 타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6번 오지환이 우전 1타점 적시타를 쳤고, 상대 폭투에 8번 구본혁이 우전 2타점 적시타로 순식간에 4점을 만회했다.


또다시 바뀐 투수 정현수를 상대로 9번 박해민이 중견수 방면 2루타를 치면서 상위타선으로 연결했다. 물 흐르는 듯한 타선 흐름에 금방 다시 타석에 선 LG 클린업은 기대에 부응했다. 7회말 선두타자 오스틴이 정현수의 한가운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뒤이어 문보경이 또 한 번 정현수의 공을 좌측 외야 관중석에 그대로 꽂아 넣으며 시즌 23번째 백투백 홈런으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승리는 챙기지 못했으나, 필승조를 아끼고도 이뤄낸 성과라 충분히 값졌다. 또한 패배하지 않았기에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3-6으로 패한 2위 한화 이글스와 승차를 4.5경기로 오히려 벌리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후반기 유일무이한 승률 8할(22승 1무 5패·0.815)의 최강팀의 위엄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같은 기간 LG는 리그 10개 팀 중 가장 많은 역전승을 해내면서(12승), 역전패는 가장 적게 허용했다(3패). 특히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15승 무패로 승률 100%의 철벽을 자랑하면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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