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종료 후 첫 FA 자격을 갖추는 좌완 이준영(33·KIA 타이거즈)이 주 구종 슬라이더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준영은 10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 6회초 구원 등판해 김영웅을 공 7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조상우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의 시즌 50번째 등판이었다. 올해 17홈런을 치고 있는 좌타 거포 김영웅은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쉽게 넘어가선 안 될 타자였다. 양 팀 외국인 에이스들이 팽팽한 선발 맞대결을 펼쳤고, 홈런 하나에 경기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KIA가 자랑하는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이준영의 슬라이더에 김영웅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공 7개 중 6개가 최고 시속 130㎞의 느린 슬라이더였는데 김영웅의 방망이는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사실상 6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직구가 김영웅에겐 유일한 찬스였다. 좌타자를 삼진 처리하고 돌아온 이준영은 이 등판으로, 5시즌 연속 50경기 출장에 성공했다. KBO 44년 역사에서 26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
KIA는 이준영 등판 이후 조상우(⅔이닝)-성영탁(1이닝)-전상현(1이닝)-정해영(1이닝)으로 불펜이 무실점 피칭을 하면서 4-0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KIA 이범호 감독도 "이준영부터 마무리 정해영까지 마운드에 오른 모든 계투진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준영은 "5년 연속 50경기 기록을 등판 전부터 알고 있었다. 꼭 하고 싶었던 기록이고 안 아프고 꾸준히 나간 것이 비결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준영의 5년 연속 50경기 기록은 사실상 슬라이더 하나로 버틴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프로 수준 무대에서 구종 딱 하나로 10년 넘게 뛴다는 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올해도 그는 슬라이더 71.3%, 포심 패스트볼 27.3%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며, 슬라이더 장인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이준영은 "상대도 내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고 생각하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자신 있게 던지려 한다. 코너워크를 신경 써서 최대한 몰리지 않게 던지고, 같은 슬라이더라도 최대한 뜨지 않게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슬라이더는 같은 팀 선배이자 2017년 KBO 타격왕 김선빈(36)도 인정하는 바다. 김선빈은 통산 타율이 0.306에 달하는 콘택트 장인이다. 그런 김선빈조차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이준영의 슬라이더.
이준영은 "(김)선빈이 형이 장난으로 '왜 슬라이더만 던지는데 못 칠까'라고 한다. 슬라이더 하나만 노리고 들어가면 되는데 못 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웃으면서 "다행히 올해는 직구 구속도 시속 145㎞까진 나온다. 불펜은 직구든 슬라이더든 전력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BO 팬들에게 이준영의 이미지는 좌타자 상대 저승사자다. 이준영은 2016년 1군 데뷔 후 좌타자 상대 통산 피안타율 0.247, 피OPS 0.696으로 원포인트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가는 날이면 KBO 정상급 좌타자들도 치기 쉽지 않다.
이준영은 "확실히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편하다. 지난해에는 우타자에게 많이 약했는데 올해는 제구가 좋아져서 우타자도 딱히 어렵진 않다"며 "다만 생각보다 올해 좌타자를 많이 못 잡았다. 피안타율이 좀 높아져서 아쉬움이 많다. (보완하려) 투심 패스트볼이나 포크나 새로운 구종도 추가하고 실전에서 사용도 해보는데 쉽지 않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꾸벅꾸벅 자신의 길을 걸어온 끝에 이준영은 올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갖추게 됐다. 이준영은 "FA는 딱히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 것만 하다 보면 (FA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이닝보다 많은 경기에 나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남은 시즌도 중요한 상황에 나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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