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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랭킹 136위'도 월드컵 본선 보인다, 역대 최저 '북한 105위' 기록 경신 도전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FIFA 랭킹 136위'도 월드컵 본선 보인다, 역대 최저 '북한 105위' 기록 경신 도전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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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수리남 축구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수리남 축구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FIFA(국제축구연맹)가 지난 1993년 국가별 축구 경기력 순위를 최초로 공식 발표한 이후 월드컵 본선 진출 국가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낮았던 나라는 북한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의 당시 FIFA 랭킹은 105위였다.


어쩌면 이 기록은 내년 6월 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깨질 수 있다. 북한의 기록에 도전하는 팀은 CONCACAF(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소속의 수리남이다.


현재 FIFA 랭킹 136위에 올라 있는 수리남은 CONCACAF 월드컵 예선 3라운드 A조에서 1승 1무(승점 4)를 기록하며 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CONCACAF 예선 3라운드에는 총 12개 팀이 3개조로 나뉘어 경쟁을 하고 있는데 각 조 1위 팀(3개국)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엘살바도르, 파나마, 과테말라와 A조에 속해 있는 수리남은 오는 10월과 11월 남아 있는 4차례 예선전을 치를 예정이다. 수리남은 조 2위에 올라 있는 엘살바도르(승점 3)과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수리남이 조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CONCACAF 예선 3라운드 각 조 1위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 가운데 승점 상위 2개 팀이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펼쳐질 대륙간 플레이오프에는 모두 6개 팀(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남미 각 1팀, 북중미 카리브 지역 2팀)이 참가해 그 중 상위 2개 팀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나서게 된다.


지난 9월 열린 수리남(흰 유니폼)-엘살바도르의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9월 열린 수리남(흰 유니폼)-엘살바도르의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 모습. /AFPBBNews=뉴스1

인구 62만 명의 축구 약소국이었던 수리남이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꿀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내년에 펼쳐지는 월드컵이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분산 개최되기 때문이다.


CONCACAF 지역 예선에 참가해야 할 강호인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에 수리남과 같은 약팀도 '희망 회로'를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수리남 축구의 성장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수리남은 1980년대 이후 네덜란드 축구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 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은 1975년 독립했다. 하지만 이후 수리남 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네덜란드로 건너 가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했다.


네덜란드에 역사상 최초의 메이저 축구 대회 트로피를 안긴 1988년 유로 대회에서는 당시 주장이었던 뤼트 훌리트(63)와 프랑크 레이카르트(63) 등 수리남 혈통의 이민자 2세들의 활약이 매우 컸다.


이후에도 클라렌스 시도르프(49), 에드가 다비츠(52),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49) 등 수리남 혈통의 선수들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핵심 멤버로 맹활약했고 현재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장도 역시 수리남 혈통의 중앙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34)다.


현재 유럽 주요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리남 혈통의 선수들은 100명이 넘는다. 그만큼 유럽 축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스탠리 멘조 수리남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스탠리 멘조 수리남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유럽에서 활동했던 수리남 혈통의 선수들 가운데 2018년까지 수리남 국적을 선택한 선수는 없었다. 수리남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리남 혈통의 선수들은 네덜란드 국적을 보유해야만 EU(유럽연합) 소속 선수로 대접받아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게 원활했다. 한 마디로 우수한 선수들이 수리남 국가대표가 되는 데에는 큰 걸림돌이 있었던 셈이다.


수리남은 지난 2019년 FIFA의 국가대표 선수 자격 규정 완화 정책이 발표된 이후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수리남 혈통의 선수들에게 한시적으로 '수리남 스포츠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을 통해 네덜란드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 힘든 준척급 선수들은 수리남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덕분에 수리남의 축구의 경기력은 급상승했다.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난 네덜란드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거친 이 선수들은 수리남을 단숨에 CONCACAF 지역의 강호로 변모시켰다.


실제로 현재 수리남 국가대표팀 23명 가운데 16명이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선수들이다. 수리남에서 태어난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수리남 스포츠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은 안소니 네스티가 1988년 서울 올림픽 수영 남자 100m 접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때였다. 당시 수리남은 그의 금메달 획득을 기념하기 위해 우표와 동전에 그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 그가 수리남으로 돌아왔을 때 1만 5000여 명의 시민들이 국립경기장에 모여 환영했고 수도 파라마이보에 위치한 실내체육관의 명칭도 네스티 아레나로 바뀌었다.


축구가 만약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네스티의 쾌거 이후 수리남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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