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를 향해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솔직하고도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활약하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것이 이유다.
2023시즌 종료 후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는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어깨 부상으로 37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150경기를 뛰면서 타율 0.266(560타수 149안타) 8홈런 55타점 73득점 10도루, 출루율 0.327 장타율 0.407 OPS(출루율+장타율) 0.735로 리그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전에는 매년 여러 시상식을 돌아다녀서 긴장이 잘 안됐는데, 올해는 오랜만에 오니 긴장된다. 또 예전에는 내가 거의 나이가 가장 어려서 항상 인사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인사하러 오는 동생들도 생긴 것이 바뀐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예년과 달라진 건 과거 키움에서 함께 활약했던 송성문(29)의 위상이었다. 송성문이 지난해부터 잠재력을 터트리면서 이정후의 공백을 훌륭히 잘 메웠다. 올해 정규시즌 144경기 타율 0.315(574타수 181안타),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 출루율 0.387 장타율 0.530 OPS 0.917을 기록, 지난달 KBO 시상식에서는 커리어 최초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송)성문이 형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정말 멋있었다. 이렇게 시상식에서 형과 만나는 건 처음인데 형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것도 없다. 난 선배의 위상이 어떻든 형들한테는 까불기 때문에 오늘도 이야기 많이 했다. 끝나면 형이랑 밥 같이 먹을 거 같은데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내년에 형도 메이저리그 와서 같이 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친정팀 키움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키움은 이정후가 떠난 2023시즌 이후 3년 연속 꼴찌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역시 47승 4무 93패(승률 0.336)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4할 승률에 실패했다. 이정후와 김혜성(26·LA 다저스)이 떠난 공백을 메울 선수들이 나타나지 못했고 올해 야심 차게 시도한 외국인 타자 2명-투수 1명 전략도 실패로 돌아갔다. 한편으로는 기량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선수들의 안일한 분위기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송성문은 지난달 21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 [RE:DAEHO]'에 출연해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보니 어린 20살 선수들도 1군에 쉽게 올라오고, 타석도 자주 나간다. 그러다 보니 1군 출장이 당연한 선수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야구장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한다. 계속 발전해야 하는 선수인데, 실책을 범하더라도 아쉬워하지도 않고 그런 부분이 보인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 바 있다.
그러면서 "좋게 보면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볼 수 있다. 안 좋게 보면 개판 5분 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 "내가 어릴 때는 눈치 보는 게 힘들었기에 선배가 되면 눈치를 안 보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애들이 이미 눈치를 안 보고 장난치고 있더라. 편하게 해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송성문의 발언을 떠올린 이정후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솔직하게 느낀 바를 밝혔다.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담으면서도 뼈가 있는 한 마디였다. 이정후는 "(어느 팀에나) 항상 좋았던 시기가 있으면 안 좋은 때도 있다. 스포츠가 그렇다"라며 "(송)성문이 형이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걸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어 "사실 내가 (키움에) 있을 때랑 요즘 문화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나 어렸을 때는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2군도 강했다. 우리 때는 2군에 있는 선수가 1군에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고, 올라가더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다시 내려가는 선수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정후가 입단했던 2017년은 김하성, 박병호, 이택근, 서건창 등 한국시리즈 준우승 멤버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자랑하던 전성기였다. 이정후조차 선배 임병욱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자리를 꿰차 1군 기회를 받았다. 이정후는 "본인이 1군에서 뛰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과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솔직히 내가 키움에서 마지막 시즌(2023년) 다쳤을 때 재활군 갔을 때도 느꼈다. 분위기가 내가 어릴 적 2군이랑 많이 달라져 있었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어 "'2군에 있어도 다시 1군으로 불러주겠지, 내가 2군에서 성적을 내지 않아도 1군으로 가겠지' 이런 식으로 한 번의 기회를 놓쳐도 아쉬워하는 느낌이 없었다. 이걸 내가 있던 마지막 해부터 느꼈는데 (송)성문이 형은 2년 더 있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 한 것 같다"고 송성문의 고충을 이해했다.
최소 5단계의 마이너리그를 거쳐야 1군(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는 미국에서 2년을 보내봤기에 더욱 그런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정후는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리그 선수들 못지않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일반화하지 않으면서도 "요즘 형들에게 어린 선수들이 (간절한 마음이) 약해진 것 같다는 말이 들려서 하는 이야기다. 미국은 (빅리그 데뷔까지) 많은 경쟁을 뚫고 올라간다. 또 (자리가) 보장된 선수도 절대 자리를 넘겨주지 않으려 하기에 한국과 조금 다른 부분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잘해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시는데 조금 더 간절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개인이 강해지고 팀도 강해진다. 지금은 정말 야구하기 좋은 시대라고 생각한다. 본인들도 프로야구 선수니까, 한 만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될 것이다. 조금만 마인드를 바꾸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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