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 아팠을 때, 진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아팠다."
불운한 교통사고가 한 선수의 야구 인생을 바꿀 뻔했다. 그래도 천만다행, 버티고 또 버티면서 재활과 치료에 전념한 끝에 마침내 다시 약 4개월 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KIA 타이거즈 마운드의 희망' 황동하(23)의 이야기다.
KIA는 23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 황동하를 등록했다.
황동하는 지난 5월 8일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을 겪었다. 그날 오후 연수구 원정 숙소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이동하던 차량과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교통사고 충격의 여파는 꽤 컸다. 당시 KIA 관계자는 "인천 송도 플러스 병원으로 옮겨져 컴퓨터 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받았다"면서 "요추 2번, 3번 횡돌기 골절로 6주 정도 보조기 착용 및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KIA 구단과 팬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이후 황동하는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황동하가 전열에서 이탈하자 KIA 투수진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야수 쪽에서도 김도영 등 많은 부상자가 나온 KIA였지만, 황동하의 부상 역시 팀 자체로 큰 마이너스였다.
그래도 황동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또 버텼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끝에 지난 16일 및 19일 퓨처스리그에 2차례 실전 등판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리고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후 마운드까지 밟았다.
황동하는 이날 팀이 0-2로 뒤진 6회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다. 그가 마운드에 선 건 지난 5월 7일 고척 키움히어로즈전 이후 139일 만이었다. 복귀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선두타자 고명준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최지훈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후속 류효승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지만, 정준재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내줬다. 조형우는 헛스윙 삼진 아웃. 그러나 박성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3실점째를 기록했다. 안상현은 1루수 플라이 아웃. 이닝 종료. 황동하의 복귀전 성적은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3자책).
이범호 KIA 감독은 황동하의 콜업에 대해 "투구에 있어서 별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시즌 막바지에 왔지만, 직접 투구하는 모습을 보며 괜찮은지 체크하려고 한다. 황동하 본인에게도 1군에서 몇 차례 던지는 게 더 나을 것이다. 2군에서 2이닝씩 던지긴 했지만, 1군에서는 1이닝씩 던지게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동하는 선발 투수 경험도 있고, 100개 이상의 공을 뿌릴 줄 아는 투수다. 내년 시즌 선발진이 어떻게 꾸려질지 모르겠지만, 황동하는 선발 후보 중 한 명"이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동하는 차분하면서도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재활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허리와 다른 신체 부위는 아프지 않은데, 다만 아직 실전 감각이 없다 보니까 무딘 것 같다. 너무 긴장된다. 2군에 있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1군에 올라올 때마다 저는 좀 더 긴장되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그래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정신적으로 받았던 충격에 대해 밝힌 뒤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덕분에 입원 생활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픔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황동하는 "(교통사고 후) 처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다. 또 야구를 못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도 진짜 친구들과 가족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 힘이 됐다. 사실 경기에 많이 못 나가고, 이렇게 올라올 줄도 몰랐다.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1군에서 한 경기라도 더 던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이야기했다.
'KIA 경기를 자주 봤는가'라는 질문에 "(보면) 야구를 하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잘 안 봤다"고 말한 황동하는 "처음에 아팠을 때 '진짜 내가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아팠다. 그래도 좋은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계속 괜찮다고 되뇌며 생활하다 보니 점점 괜찮아진 것 같다. 1경기라도 마운드에 올라가 던지면 좋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1경기, 1이닝, 아웃카운트 1개라도 그냥 잘 잡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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