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노시환(25)이 짜릿했던 역전 홈런의 순간을 전했다.
노시환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에 4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볼넷 1득점 맹타로 한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단 한 번의 아치였지만,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노시환은 앞선 두 타석에서 초구 땅볼과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4번 타자가 침묵하는 사이, 류현진이 홈런 2개로 한 이닝에만 4점을 내주면서 분위기는 삼성으로 향했다. 노시환이 다시 타석에 선 건 한화가 한 점을 추격해 3-4로 지고 있는 5회초 2사 3루였다.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는 시속 136km 슬라이더를 한가운데로 던졌고, 노시환은 부드럽게 그 공을 좌측 담장으로 보냈다. 단숨에 역전을 만들고 한화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투런 홈런이었다. 이후 불펜으로 등장한 문동주가 4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면서 노시환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1차전에 이어 결승타를 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포테토칩 선정 오늘의 포텐터짐 상'을 수상해 상금 100만 원과 포테토칩 5박스를 부상으로 챙긴 건 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5차전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정말 3차전에 승리하게 돼 기쁨이 두 배다. 마음 같아서는 전 타석 홈런을 치고 싶지만, 4차전에서도 꼭 중요한 순간에 홈런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적인 홈런의 배경에는 한화 김경문(67) 감독의 조언이 있었다. 노시환은 "원래 감독님이 경기 중에는 잘 안 부르시는데, (5회초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갑자기 부르셨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그냥 과감하게 휘두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해 보니까 내가 첫 두 타석에서 고민을 너무 많이 했더라. 나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타이밍이 늦고 병살이 나왔다. 그래서 마음이 아주 무거웠는데 감독님께서 주신 그 메시지가 타석에서의 결과를 바꾼 것 같다"고 덧붙였다.
3루수이자 우타자인 그의 시선에는 늘 주황 물결이 일렁인다. 마침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원정팀이 1루였고, 이날도 2만 3680명의 만원 관중이 찾으면서 노시환은 홈구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노시환은 "과감하게 치라는 메시지를 듣고 보니, 팬분들과 감독님이 지금 나를 믿고 있는데 내가 타석에서 자신감 없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구부터 공이 보이면 바로 휘둘러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와서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사실 발사각이 너무 낮아서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라이온스파크 펜스가 조금 짧기도 하고 워낙 잘 막았기 때문에 넘어갈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돼서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까지 단 1승만 남겨놓은 한화는 4차전에서 빠르게 마무리 짓고 LG 트윈스를 상대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올가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동갑내기 친구 원태인(25)을 넘어야 한다.
원태인은 앞선 두 번의 시리즈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0.71로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노시환 역시 플레이오프 3경기 타율 0.417(12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뜨거운 건 마찬가지여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노시환은 "(원)태인이와는 매일 영상통화 하는 사이다. 내일(22일) 태인이도 분명히 준비를 잘해서 나올 것이다. 나도 태인이를 잘 알고, 열심히 분석했다. 좋은 친구지만, 적으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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