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정우주(19)가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뒷이야기를 밝혔다.
정우주는 지난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3⅓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비록 팀은 김영웅에게 연타석 스리런을 허용해 4-7로 역전패했으나, 초반 경기 분위기를 주도한 건 19세 루키 정우주였다. 한화 구단 역사상 고졸 신인이 데뷔 첫 해부터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나오는 건 정우주가 4번째다. 앞서 1992년 정민철(현 MBC 해설위원)이 처음으로 기록을 세웠고, 2006년 류현진과 2018년 박주홍(개명 후 박성웅)과 정우주가 뒤를 이었다.
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정우주는 "첫해부터 선발로 뛸 줄 몰랐고 가을야구에서 할 줄은 더 몰랐다. 나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큰 경험을 선물해주셨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이 패배해 아쉬웠던 경기였다.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항상 내려오기 전까지는 더 던지고 싶은데, 내려와서 이성을 찾으면 잘 바꿔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용도 좋았다. 이날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공(43구)과 커브 12구, 슬라이더 12구 등 총 67구를 적절히 섞어 던져 3회까지 삼성 타자에 홈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2회 무사 1루부터 김태훈-이재현-강민호-양도근을 상대로 4연속 삼진을 솎아냈다.

경기 전부터 차분하게 한 가지 음악만 들으며 루틴을 지켰다. 정우주는 "시작 전에 (세븐틴) 도겸님이 부른 'GO'라는 OST 노래 하나만 반복 재생했다. '뜨거운 함성에 몸을 날려'라는 가사가 너무 내 마음을 울려서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시작 전엔 혼잣말을 많이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심호흡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가을야구의 중압감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선배들과 등 뒤의 주황색 물결이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정우주는 "고등학교 때도 결승전을 치러봤지만, 차원이 다르다. 여기가 훨씬 더 재미있고 더 떨린다. 정말 공 하나마다 경험이 쌓이는 느낌이다. 공 하나에 팬과 선수들이 더 집중하는 게 보여서 긴장도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중석을 보면 울컥하기도 하고 나도 호응하고 싶은데 성격 탓인지 그게 자연스럽게 안 나온다. 최재훈 선배는 항상 2볼 정도 되면 힘 빼라고 제스처를 하신다. 그게 좀 웃겨서 웃을 때가 있다. 이번에도 네 직구는 높은 곳으로 가야 산다고 하셨다. 내가 어떨 때 자신이 있는지 아셔서 고개를 한 번도 안 흔들었다. 이번에도 리드를 잘 따라가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아쉬운 패배에 친구이자 동기 배찬승(19·삼성)과 전화도 일부러 안했다고 한다. 정우주는 "(배)찬승이와 일부러 통화를 하지 않았다. 삼성이 기가 너무 좋아서 괜히 기를 더 뺏기기 싫었다"며 "4차전 패배 후 베테랑 선배들이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주도해 주셨다. 솔직히 분위기가 처진 건 사실이지만, 우리 모두 이길 거라 자신하고 있어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극적인 패배에 오히려 한국시리즈를 향한 열망은 더 커졌다. 이날 미출전 선수라는 말에 "정말요? 저 미출전이에요?"라고 되물으며 당황해했으나, 마음만은 똑같았다.
정우주는 "원래도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4차전 패배 후) 더 커졌다. 오늘 꼭 이겨서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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