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마무리 김서현(21)이 포스트시즌(PS) 첫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서현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한화가 2-8로 지고 있는 8회말 2사에서 등판했다.
상대한 타자는 LG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2). 오스틴은 앞선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으나, 올해 정규시즌 31홈런 95타점을 올려 무시할 수 있는 타자가 아니었다.
김서현의 등판 때 보통은 볼 수 없는 장면이 잡혔다. 1점 차 긴박한 상황도 아니었고 중요한 기록이 달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양상문 한화 1군 투수코치, 포수 이재원을 비롯해 내야수들이 모여 김서현을 격려했다.
이윽고 마운드에 홀로 선 김서현은 시속 154㎞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하단으로 강력하게 뿌렸다. 초구는 볼. 2구째 시속 152km 바깥쪽 직구는 파울이 됐고, 135㎞ 슬라이더도 다시 오스틴 방망이에 걸렸다. 1B2S.
김서현은 시속 137㎞의 슬라이더를 바깥쪽 낮게 떨어트렸고 오스틴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김서현의 첫 포스트시즌 무실점이었다.
이날 LG에 2-8로 패한 한화의 몇 안 되는 소득이었다. 김서현은 올해 정규시즌 69경기 2승 4패 2홀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 66이닝 71탈삼진으로 구단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세우는 등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5.68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정규시즌 우승이 걸린 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연속 투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되면서 불안감을 절정에 달했다.

약 보름의 휴식 후 포스트시즌에 나섰으나, 안정적이지 못한 건 여전했다. 1차전 한화가 9-6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이재현에게 솔로포를 맞고 김태훈과 이성규에게 안타를 맞아 총 2실점 했다. 4차전에서는 한화가 4-1로 앞선 6회말 김영웅에게 동점 스리런을 맞으면서 또 한 번 무너졌다.
그러나 한화와 김경문 감독은 향후 뒷문을 책임질 어린 독수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4차전 패배 후 김 감독은 "감독이 잘못한 경기다. 김서현의 공은 나쁘지 않았다. 결과론이다. 문동주로 2경기 이겼지만, 야구는 문동주로만 이길 수 없다. 5차전이 열린다면 우리는 대전에서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올 거다"고 감쌌다.
그 첫 발걸음이 이날 등판이었다. 기세가 넘어간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불펜들을 모두 올려 구위와 컨디션을 확인했고, 김서현의 등판은 이후 일어난 반전 시나리오의 포석이라 할 만했다.
비록 아웃카운트 하나지만, 김서현은 "최강 한화"와 "무적 LG"가 울려 퍼지는 2만 375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첫 무실점 경기를 해냈다. 작게 포효하는 김서현에게 한화 팬들의 힘찬 박수도 쏟아졌다.
최고 시속 160㎞의 빠른 공과 묵직한 구위는 선발로 돌아간 문동주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2위의 강력한 한화 불펜은 믿음직했던 마무리 김서현이 있어 가능했다. 마무리 김서현이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한화에도 천군만마다.
패전 후 한화 김경문 감독은 "투수들이 볼넷이 많았던 게 아쉽다. 경기 지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많이 할 필요가 뭐 있나. 2차전 준비를 잘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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