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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야, 우짜노' 96구 역투 '日 최동원', 곧바로 등판 준비→WS 3승 "MLB서 가장 위대한 업적" 감탄

'야마모토야, 우짜노' 96구 역투 '日 최동원', 곧바로 등판 준비→WS 3승 "MLB서 가장 위대한 업적"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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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야마모토가 2일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팀 승리를 책임지며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우승을 확정하고 포효하는 야마모토.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2차전 105구 완투승, 엿새 뒤 6차전 96구 6이닝 승리, 하루 뒤 7차전 32구로 헹가래 투수가 됐다. 투수의 혹사에 매우 민감해진 현대 야구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혼신의 역투를 펼친 야마모토 요시노부(27)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LA 다저스의 2연속 우승을 이끌어냈다.


야마모토는 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7전 4선승제) 7차전 9회초 1사 1,2루에 구원 등판해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다저스에 우승을 안겼다.


모든 게 걸린 경기였다. 오타니 쇼헤이가 2⅓이닝 만에 3실점하며 무너졌고 이어 저스틴 로블레스키(1⅓이닝 무실점), 타일러 글래스나우(2⅓이닝 1실점), 에밋 시한(1이닝 무실점), 블레이크 스넬(1⅓이닝 무실점)까지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투수진을 총동원했다.


그럼에도 야마모토의 등판을 예상하긴 힘들었다. 지난해 계약 기간 12년 3억 2500만 달러(4649억원)에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는 첫 시즌 18경기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ERA) 3.00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30경기에서 12승 8패 ERA 2.49로 팀 최고 에이스로 등극했다.


가을야구에선 더 존재감이 빛났다.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⅔이닝 2실점(비자책) 승리 이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4이닝 3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떠안기도 했지만 이후 완벽히 각성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11구를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거뒀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한 번 105구를 던져 1실점 완투승을 거둔 뒤 6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96구 6이닝 1실점하며 다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월드시리즈 7차전 구원 등판한 야마모토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리고는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팀을 구하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섰다. 드라마 그 자체였다. 9회초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4-4가 됐으나 스넬이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고 다저스의 선택은 다시 한 번 야마모토였다. 알레한드로 커크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달튼 바쇼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한 뒤 미겔 로하스가 강력한 송구로 홈에서 주자를 잡아냈다. 어니 클레멘트의 좌중간 큼지막한 타구도 앤디 파헤스가 키케 에르난데스와 충돌하면서도 타구를 잡아내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10회는 삼자범퇴로 마친 뒤 11회초 윌 스미스가 역전 솔로포를 쏘아 올렸고 경기를 끝내기 위해 다시 야마모토가 등판했다. 선두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2루타를 맞고 희생번트에 이어 볼넷까지 허용했으나 커크에게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를 유도했고 무키 베츠가 포구 후 2루를 찍고 1루에 공을 뿌려 병살타를 만들어내 다저스의 백투백 우승을 견인했다.


전날 96구를 던진 뒤에도 하루 만에 다시 등판해 34구를 뿌리며 다저스에 우승을 안겼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야마모토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만장일치였다.


야마모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3승 무패, ERA 1.02로 압도적 면모를 자랑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단일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건 역대 14번째이자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이 일을 해낸 명예의 전당 헌액자 랜디 존슨 이후 24년 만이다.


전설의 투수 최동원은 KBO리그에서 1984년 1차전 완봉승, 3차전엔 완투승, 5차전엔 완투패, 6차전 구원승, 7차전 다시 완투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만 총 5경기에 나서 40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610구를 뿌렸고 4승 1패, ERA 1.80, 35탈삼진을 기록하며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끈 불멸의 투수로 남았다. 당시 확실히 믿을 만한 투수가 최동원 밖에 없었고 당시 강병철 감독은 "동원아, 우짜노 이까지 왔는데(어떻하겠나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등판을 요구했고 최동원은 "네, 알았심더. 함 해 보입시더(알겠습니다. 한 번 해봅시다)"라고 답한 건 유명한 일화다.


우승 후 라커룸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야마모토(가운데)와 오타니(왼쪽), 사사키. /AFPBBNews=뉴스1

투수 관리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 야구에서 이러한 일을 목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홀로 3승을 거둔 것도 랜디 존슨 이후 무려 24년 만의 진기록이었을 만큼 오랫 동안 나오지 않은 기록이었다. 지도자들도 함부로 투수에게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등판을 스스로 준비했고 다저스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장식했다.


야마모토는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올라가서 최상의 피칭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워밍업을 하면서 약간의 조정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제 나가서 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등판을 준비했던 과정을 밝혔다.


누구도 함부로 요구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이건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신적인 부분도 그렇고 그의 투구 메커니즘도 완벽에 가깝다"며 "그에겐 흔들림 없는 의지가 있다. 저는 이런 건 정말로 본 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이 결합돼 있다. 어떤 선수들은 단지 '그 순간'을, 어떤 선수들은 '정당한 이유로' 그 순간을 원한다. 하지만 요시노부는 제가 완전히, 전적으로 신뢰하는 선수다. 그는 나를 꽤 훌륭한 감독으로 만들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사장은 "그가 대단한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실 그 누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전날 밤과 똑같은 구위를 다시 보여줬다는 게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야마모토는 6차전을 마친 뒤 트레이너와 대화 끝에 7차전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호텔의 트레이너방으로 향한 야마모토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프리드먼도 들었다. "'그래, 그가 진심이라는 건 알겠어'라면서도 '하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할 확률은 거의 없지'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전날 밤과 똑같은 구위를 다시 보여줬다는 것은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본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감탄했다.


야마모토(가운데)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자 포수 스미스가 그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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