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가 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31)에게 KBO 최고 외인 오스틴 딘(32·LG 트윈스)이 돼 주길 기대했다.
KT 구단 관계자는 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힐리어드가 LG 오스틴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보고 있다. 오스틴처럼 강한 타구 속도를 가지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많이 날리는 타자"라고 말했다.
지난 4일 KT는 힐리어드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계약하며 2026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KT는 이번 겨울 센터 라인과 타선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포수 한승택(31)을 4년 10억 원, 외야수 김현수(37)를 3년 50억 원, 최원준(28)을 4년 48억 원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팀 홈런 리그 공동 7위(104개), 장타율 9위(0.369)의 장타력을 보강했다고 보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 것이 힐리어드였다.
힐리어드는 2019년 빅리그 데뷔 후 통산 332경기 44홈런 장타율 0.437로 인상적인 장타력을 뽐냈다. 콜로라도 시절 팀 동료 찰리 블랙먼이 2022년 지역지 덴버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파워와 스피드가 가장 매력적인 선수다. 우리 팀에서 그가 가장 파워 툴이 뛰어난 선수"라는 극찬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의 심각한 타율과 출루율이었다. 힐리어드의 빅리그 통산 타율은 0.218, 출루율은 0.298에 머문다. 94개의 볼넷을 얻어낼 동안 삼진은 무려 321개에 달해 공갈포라 불리기 충분했다.


한국 야구팬들은 이런 유형의 외국인 타자를 올해 직접 보고 경험했다. 바로 얼마 전 KIA 타이거즈로부터 보류선수 명단에서조차 제외된 패트릭 위즈덤(34)이다.
올해 KIA는 저조한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의 위즈덤을 데려왔다. 3년 연속 20홈런을 포함해 장타율 0.459로 파워 하나만은 확실하다는 평가였다. 위즈덤 역시 빅리그 통산 455경기 타율 0.209, 출루율 0.291, 132홈런 540삼진으로 콘택트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KIA는 리그 간 변화구 수준 차 이유로 한국에서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KIA의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위즈덤은 올해 119경기 타율 0.236(424타수 100안타) 35홈런 85타점, 출루율 0.321 장타율 0.535 OPS(출루율+장타율) 0.856으로 장단점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맞으면 넘어가는 파워는 여전했고 성적도 소폭 상승했으나, 58사사구 142삼진으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0.207로 저조한 득점권 타율에 부담을 느끼면서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힐리어드에게도 같은 문제가 보인다. 통산 삼진율이 무려 34.3%에 달했고 올해는 직구 대처가 타율 0.083(24타수 2안타)으로 아예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빅리그 표본이 적지만, 커리어 내내 일관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성적이 KBO 리그에서도 이어간다면 영락없는 좌타자 위즈덤이다.
하지만 KT는 힐리어드가 위즈덤이 아닌 오스틴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KT 구단 관계자는 "리그 수준이 다르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힐리어드가 삼진율까지 낮았다면 한국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발이 상당히 빨라서 공·수·주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오스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한 AAAA형 타자로 여겨진 건 사실이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289경기 타율 0.301, 45홈런, 출루율 0.375 장타율 0.508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26경기 타율 0.228, 11홈런 42타점, 출루율 0.286 장타율 0.390 OPS 0.676으로 저조했고, 5년의 방황 끝에 2023년 한국으로 향했다.
빅리그 26볼넷 82삼진의 선구안 빵점의 오스틴은 한국에서는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거듭났다. 3년 연속 타율 3할에 통산 8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힐리어드도 제2의 오스틴이 될 잠재력은 충분했다. 힐리어드 역시 트리플A에서는 376경기 타율 0.275, 93홈런 282타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563으로 정상급 타자였다.
또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건 미국과 달리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안정적인 KBO리그 환경이다. 오스틴은 활약의 비결로 꾸준히 한국에서의 안정감과 대우를 이야기한 바 있다. 다사다난했던 커리어를 보낸 힐리어드이기에 이러한 강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힐리어드는 대학 시절부터 유지하던 레그킥을 빠른 공 대처를 위해 버리는가 하면, 다시 수정된 레그킥을 들고 오기도 했다. 야구 외적으로는 한창 운동해야 할 오프시즌에 10㎏이 빠질 정도의 위장병이 걸려 시즌 준비에 실패한 적도 있었다. 빅리그 데뷔 후 아버지가 3년간의 루게릭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 힘든 시절을 겪기도 했다.
힐리어드는 KT에서 주전 1루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평균의 중견수 수비를 지녔지만, KT는 힐리어드에게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해 주길 바랐다. KT 구단 관계자는 "일단 힐리어드는 1루수로 시작한다. 힐리어드가 1루를 보면 김현수, 김민혁 등 중복되는 자원들이 지명타자로 뛸 수 있고 체력 안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 과정에서 힐리어드도 1루는 전혀 문제없다고 확답받았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외국인 타자에게 타격을 조금 더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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