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왜 시상식에 안가?"
팀은 9위로 처졌고 부상으로 인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 순수한 딸의 질문에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던 양의지(38·두산 베어스)는 이를 악 물었고 결국 KBO 역사를 새로 쓴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양의지는 9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부문에서 유효 투표수 316표 중 278표를 얻어 득표율 88%로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첫 수상을 시작으로 2015, 2016, 2018, 2019, 2020, 2022, 2023년에 포수 부문은 물론이고 단일 포지션에선 종전 3루수로 8회 수상을 한 한 대화와 최정(SSG)을 제치고 최초로 9회 수상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개인 통산 10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이승엽(전 삼성)과 최다 수상 타이 기록을 썼다.
올 시즌 130경기에서 타율 0.337 20홈런 89타점, 출루율 0.406, 장타율 0.533, OPS(출루율+장타율)로 맹활약했고 2019년 이만수(1984년)에 이어 포수 타격왕에 올랐던 양의지는 역대 최초 포수 타격왕을 두 차례 달성한 선수가 됐고 결국 황금장갑까지 품에 안게 됐다.

지난해 부상으로 119경기 출전에 그쳤고 포수로는 608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쳐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겨울이면 함께 나섰던 시상식에 함께 가지 못한 딸의 한 마디가 자극이 됐다.
시상식 전 취재진과 만난 양의지는 "작년에 부상 때문에 아쉬웠다. 그래서 올해는 이를 악물고 경기에 많이 나가보자고 했는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팬분들을 위해서 끝까지 했는데 팀 결과는 안 좋았지만 제 성적이 좋아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초대받고 기자분들이 투표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렸는데 작년에는 후보조차 못 들고 약간 소외됐다"며 "딸이 밥 먹으면서 '왜 시상식을 안가냐'고 했는데 약간 얼버무리는 얘기를 했다. 아직까지는 제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겨울에는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두 딸과 함께 시상식장을 찾았고 레드카펫에도 함께 서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시상식 후 만난 양의지는 "(딸이) 긴장을 많이 했더라. 우선 레드카펫에서 사진 찍는 걸 상당히 원했는데 그걸 하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들었다. 첫째가 좋아하는 마마무 솔라씨 무대를 보고 너무 좋아했고 즐겁게 식사도 하고 있다"며 "기대가 많았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상식 가야지'라고 하더라. '알았어 빨리 학교가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변 없이 포수 황금미트를 차지하게 된 양의지는 무대에 올라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데 아내와 두 자녀와 집에서 보고 계실 아버지께 감사하다. 작년에 부상으로 경기를 많이 못 뛴게 많은 약이 됐다"며 "이 상에 폐가 되지 않게 잘 준비해 11번째 도전하겠다. 내년에는 새로 오신 김원형 감독님과 같이 이 자리에서 11번째 수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으면 좋겠다. 내년엔 9등이 아닌 좋은 성적으로 찾아뵙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금장갑을 안고 취재진 앞에 선 양의지는 "우선은 제 기록보다는 팀 성적이 많이 올라가야지 저도 더 빛날 것 같다. 9등하고 시상식에 온 건 처음이다. 항상 가을야구를 하면서 1등하고 받곤 했어서 어색하다"며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저희 팀 모든 선수들하고 같이 시상식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무대에 오르자는 말에 김원형 감독이 부담스럽겠다는 말에 양의지는 "이번에 시상식을 다니면서 김원형 감독님이 오셨는데 한마디도 못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하신 감독님이 오셔서 내년에 성적도 기대가 되고 잘 하실 것이라고 믿고 감독님을 따라서 저도 동생들을 잘 이끌어 내년에는 반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단일 포지션 기록을 새로 썼지만 이젠 단독 최다 수상자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양의지는 "저도 이제 마흔인데 최형우 선배님처럼 나이와 싸우면서 형우 형보다 오래 하는 걸로 목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예나 지금이나 황금장갑에 대한 마음은 늘 한결 같다. "처음이나 지금 10번째나 똑같다. 시상식에 오면 긴장되고 감사한 분들도 너무 많이 생각난다. 올해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야구 선수로서는 최고의 상이고 받고 싶은 상을 마지막에 받을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뿌듯하다"며 "내년 한 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게 해줘서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10번째 황금장갑이 전시될 곳도 이미 마련해뒀다. 양의지는 "창원에서는 집이 커서 전시를 해놨는데 서울에 있으니까 힘들어지고 창고에 다 넣어놨다가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꺼냈다"며 "손님들 오시면 구경도 시켜드리려고 예쁘게 꾸며놨다. (10번째 트로피 자리는) 비워놨다. 아직 자리가 많다.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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