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우완 투수 김태형(20)의 고교 시절 주 무기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였다.
김태형의 각이 큰 슬라이더, 빠른 슬라이더, 스플리터는 평균 시속 140㎞ 중후반의 직구 구위가 최고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했다. 덕수고 2학년 시절 청원고와 주말리그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5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정현우(20·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고교 최고 원투펀치로 불린 김태형은 그렇게 2025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보통 빠른 공을 던지는 1라운드 신인 투수들은 불펜으로 프로 첫해를 시작한다. 어린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프로 레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1차 목적이다. 변화구 구사 능력이 아직 프로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매년 1라운드 지명이 거론될 정도의 유망주들은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져본 투수들이다. 여전히 고교 수준에서는 그 공을 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탓에 1라운드급 선수 중에도 변화구 완성도도 갖춰 오는 선수는 드물다. 이러한 이유로 고교 시절 105구 투구도 해봤던 에이스들이 프로에서는 불펜으로 시작하고 아예 정착하는 경우가 보기 흔하다.
하지만 KIA의 선택은 달랐다. KIA는 김태형을 첫해부터 철저히 선발 투수로서 육성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했고, 1군에서도 차츰 이닝 수를 늘렸다. 순위 싸움이 끝난 막판 3경기에서는 아예 선발로 내보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성적이 8경기 0승 3패 평균자책점 4.56, 23⅔이닝 12사사구(7볼넷 5몸에 맞는 공) 14탈삼진이다.

그 기대에 어린 신인도 구속 증속과 메이저리그(ML) 최신 구종 연마로 응답했다. 아쉬웠던 스플리터는 지난해 KBO MVP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 덕에 유명해진 킥 체인지업으로 대체했다. 각이 있는 슬라이더는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어 스위퍼에 가깝게 만들었다.
지난 2일 잠실 LG 트윈스전은 그 성과를 만원 관중 앞에서 내보인 경기였다. 김태형은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KIA가 1-2로 패한 이 경기에서는 더 많은 안타(KIA 7개, LG 5개)를 쳤음에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타선이 아쉬웠다.
김태형의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김태형은 직구 48구, 슬라이더 22구, 체인지업 8구, 커브 3구 등 총 81구를 던졌다. 첫 두 이닝은 최고 시속 154㎞ 직구를 앞세워 힘으로 LG 타선을 상대했다. 1회 홍창기를 직구 6개, 신민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걸친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우타자 오스틴 딘에게는 바깥쪽 스위퍼로 철저히 공략하며 외야 뜬공을 끌어냈다.
첫 실점 이후 대처는 KIA가 그를 선발 투수로 육성한 걸 후회하지 않게 하는 피칭이었다. 고교 노히트 에이스답게 실점 후에도 더욱 집중력 있는 투구로 구본혁을 3구 삼진 처리했다. 까다로운 좌타자 박해민에게는 체인지업과 스위퍼를 섞어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한계도 보인 경기였다. 타순이 한 바퀴 돈 3회부터는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떨어진 구위에 변화구도 힘을 잃었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단 한 번도 헛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카운트를 잡지 못한 탓에 4회에는 두 차례 볼넷이 나오며 추가 실점했다.
경기 후 이때를 돌아본 김태형은 "한 타자 한 타자 싸움에 집중하려 애썼다. 킥 체인지업의 경우 좌타자 상대로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직 100%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스로 불만족한 경기임에도 올 시즌 KIA 국내 선발 투수 중 처음으로 5이닝을 소화했다. 김태형은 2006년 12월 15일생으로 나이는 오히려 올해 신인과 가깝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힘이 떨어진 것도 이해될 상황이라는 소리다. 오히려 아직 신체적으로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연거푸 던진 건 강속구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알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칠 줄 모르는 향상심은 앞으로를 더 기대케 한다. 김태형은 "내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 팀이 져서 아쉽다. 다음에 나오는 경기에서는 꼭 팀이 승리하는 데에 보탬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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