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할 때는 너무 당연하게 잘해서 잊기 쉽다. 한화 이글스 '돌멩이' 문현빈은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하나씩 배워가는 22세다.
문현빈은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2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6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으로 한화의 15-11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화가 0-9까지 밀렸던 경기였다. 선발 브루스 짐머맨이 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고 LG가 3회 2점을 더 달아났다. 6연패 중인 팀이 경기 초반부터 9점 차로 뒤졌다. 사실상 승기를 내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4회 2점을 시작으로 5회 3점, 6회 3점, 7회 3점을 차곡차곡 쌓아 11-11 동점을 만들었고 8회 4점을 뽑아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그 중심에 문현빈이 있었다. 5회 우중간 1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문현빈은 6회 우전 안타로 출루해 강백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7회에는 다시 좌중간 적시타로 한 점을 보탰고, 한화가 12-11로 처음 역전한 8회에는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역전을 이끈 당사자도 믿기 힘든 경기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현빈은 "이런 야구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역전해본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역전하고 나니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처음부터 9점을 한꺼번에 따라잡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 문현빈은 "계속 한 점씩 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주자가 모이고 바로바로 점수를 내면서 점수 차가 좁혀지다 보니 계속 흐름을 탔다"고 돌아봤다.
이어 "뒤집을 수 있겠다기보다는 계속 쫓아가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역전돼 있더라. 나뿐 아니라 타자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4안타만큼 반가웠던 것은 문현빈이 다시 자신의 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문현빈은 전반기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했지만 후반기 들어 내리막을 겪었다. 8월 들어 12경기 타율 0.244(45타수 11안타)에 그쳤고, 타율 0.354(7월)로 잘 치는 때가 있는가 하면, 0.232(6월)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는 등 기복이 있었다.
그렇게 잘 맞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마음부터 흔들렸다. 문현빈은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다. 심리가 무너지니까 기술적인 메커니즘에서도 몸이 바뀌더라"며 "그걸 찾는 데 오래 걸렸다. 내가 달라졌다는 걸 인지하는 것도 늦었다"고 털어놨다.

그 말에서 새삼 그의 나이가 떠오른다. 문현빈은 북일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입단한 프로 4년 차다. 데뷔 첫해부터 114안타를 치며 일찌감치 주축 타자로 자리 잡으며 한화 팬들에겐 익숙한 이름이 됐다.
그러나 긴 시즌을 보내며 찾아오는 부진과 그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까지 모두 경험해본 선수는 아니다. 문현빈 역시 올해 부진을 실패보다는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문현빈은 "지난해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것도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음에 또 이런 안 좋은 경우가 나오면 더 빨리 헤쳐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4안타에도 섣불리 부활을 선언하지 않았다. 문현빈은 "한 경기로 감이 바로 올라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일 타격감이 좋아도 잘 맞은 공이 다 잡힐 수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안 좋았을 때보다는 조금 더 꾸준하게 평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팀에도 쉽게 잊히지 않을 하루였다. 6연패에 빠져 있던 한화가 0-9를 뒤집었다. 문현빈은 "9점 차에서 역전한다는 것 자체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점수를 많이 냈기 때문에 타자들의 타격감도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늘 단단해 보여 '돌멩이'라 불리는 문현빈도 아직 배울 것이 많은 22세다. 0-9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한화는 결국 15-11로 웃었다. 그리고 그 대역전의 한가운데서 4안타를 몰아친 문현빈도 길었던 부진을 빠져나올 작은 실마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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