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가 열릴 때면 빠지지 않고 이름이 불리는 학교가 있다. 한국 여자배구 레전드 장윤희(56) 감독이 이끄는 중앙여고다.
2021년 부임한 후 2년 만에 1라운드 선수를 배출했다. 2023~2024시즌 GS칼텍스에 입단한 이윤신(1라운드 4순위)을 시작으로, 2024~2025 드래프트에서는 전다빈(정관장·1라운드 7순위), 이수연(현대건설·2라운드 4순위), 2025~2026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무려 두 명의 1라운드 지명자를 배출했다. 이지윤이 한국도로공사에 1라운드 전체 1순위, 박여름이 정관장에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했다. 함께 뛴 박윤서도 3라운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성적도 꾸준하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종별선수권대회와 익산보석배, 전국체전 정상에 섰다. 올해는 3월 춘계연맹전과 5월 전국 종별선수권대회 연속 준우승 뒤 6월 2차 연맹전 익산보석배와 7월 대통령배를 건너뛰며 내실을 다졌다. 이후 IBK기업은행배 전국중고배구대회 결승에서 두 차례 자신들을 울린 선명여고를 꺾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중앙여고가 끊임없이 선수를 만들어내는 데는 장윤희 감독의 '디테일'에 있다. 장 감독은 제자들에게 웬만하면 두 개의 포지션을 경험하도록 한다. 특정 자리에서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도 코트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다.
194㎝ 미들블로커 박서윤(17)은 훈련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까지 소화하며 리시브와 강한 공격을 함께 익힌다. 주포 오세인(18)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간다. 리베로 조리빈(17)도 주장 김수민(18)의 백업에만 머물지 않고 원포인트 서버로 매 세트 코트를 밟는다.


장 감독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는 경우가 많아 누군가 빠졌을 때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프로에 가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두 개의 포지션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우리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훈련량은 늘어난다. 한 포지션만 준비하는 것보다 사실상 1.5배 이상의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중앙여고 선수들에게 쉬는 날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면 "일단 잔다"는 답이 자주 돌아온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두말없이 따라가는 이유는 장 감독 역시 누구보다 치열하게 훈련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중앙여고 훈련에서도 장 감독의 팔과 목소리는 2시간 가까이 쉬지 않았다. 스파이크를 때리는 공격수들이 로테이션을 돌며 쉬고 블로킹 망을 들던 저학년 선수들도 3교대로 휴식을 취했지만, 장 감독의 목소리는 끝까지 체육관을 울렸다.
제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박강빈(17)은 "감독님은 '연습 때 안 한 건 시합에서 절대 안 나온다'고 말씀하신"고 귀띔했다. 공격 하나도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팀 내 주축인 오세인, 박서윤에게도 예외는 없다. 블로커가 어느 쪽에 있는지, 수비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몸을 어느 방향으로 틀어야 하는지를 상황별로 반복한다.


선수마다 처방도 다르다. 큰 키에 걸맞은 파워와 기동력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와 움직임을 강조했다. 장 감독은 "1학년 때는 신장이 크다 보니 파워와 움직임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몸이 많이 짱짱해져 움직임도 경쾌해졌다"고 평가했다.
박서윤 스스로도 중앙여고 진학 후 이동공격과 속공, 움직임이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느낀다. 그는 "감독님께서 상황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주포 오세인에게는 강점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장 감독은 "세인이의 장점은 공을 때리는 임팩트"라면서도 코트와 블로커를 읽어 정면 공격만 고집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주문한다. 오세인은 "정면으로 때리면 수비가 받기 쉬우니까 몸을 틀어 반대로 때리거나 끝까지 돌려서 코스를 바꾸라고 많이 말씀하신다"고 설명했다.
세터 김미주(18)는 아예 팀 훈련 방향을 바꾸면서 성장시켰다. 장 감독은 김미주의 토스 끝에 힘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5월 이후 낮고 빠른 콤비 플레이를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다. IBK기업은행배에서 김미주의 달라진 토스를 본 다른 지도자들이 "원래 저런 토스를 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김미주는 우승과 함께 세터상을 받았다.


기술만 강조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중앙여고·중앙여중 학생들은 도착하고 떠날 때 감독·코치들에게 끊임없이 인사를 했다. 장 감독은 "이번 IBK기업은행배에서 대회 관계자로부터 중앙여고 선수들이 '표정이 좋고 성실하고 예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독하게 하는 장 감독은 훈련이 끝나면 엄마가 된다. 박강빈은 "코트에서는 안 되는 걸 다 알려주시고 화낼 때는 화도 내신다. 하지만 밖에서는 아프다고 하면 엄마처럼 병원도 데려가 주시고 정말 잘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박서윤 역시 "가르칠 때는 저희가 더 잘하길 바라셔서 엄격하게 보일 수 있는데, 평소에는 엄마 같이 잘 챙겨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신다"고 답했다.
이에 장 감독은 책임감을 말한다. 중앙여고에는 별도 숙소가 없어 지방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학교 인근에 따로 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장 감독은 "우리를 믿고 와준 것인데, 뭐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중앙여고에서는 매년 새로운 프로 선수가 나온다. 1라운드 전체 1순위 이지윤이 떠난 자리에는 다시 박서윤, 오세인, 김미주, 김해연, 박강빈 등 다음 무대를 꿈꾸는 선수들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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