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출 두 달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하재훈(36·울산 웨일즈)이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하재훈은 올 시즌 도중 SSG 랜더스에서 방출됐다. 6월 말 SSG는 선수단 정비 차원에서 하재훈을 포함한 4명을 방출했다. 하재훈에게도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현역 연장 의지를 구단에 전달했고,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알아본 끝에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 풀어주는 형태의 결별을 택했다.
당시 하재훈은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몸무게를 90㎏ 이하로 줄였고 힘과 스피드에도 자신이 있었다. 가족 역시 "후회가 있으면 안 된다"라며 현역 연장을 지지했다.
새로운 무대는 울산이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울산으로 내려왔다. 이미 17년 전에도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떠나봤던 그였기에 잠시간의 이별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재훈은 "울산이라는 팀이 없었다면 일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팀에서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울산이 있었기 때문에 판단을 빨리 내릴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울산에서 변화가 찾아왔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마음을 내려놓자 타격감이 살아났고, 장원진(57) 울산 웨일즈 감독의 제안으로 다시 공까지 잡았다.
하재훈에게 마운드는 낯선 곳이 아니다. 그는 마산용마고 졸업 후 미국과 일본을 거쳐 201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를 맡아 61경기 5승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긴 재활을 겪은 뒤 결국 타자로 전향했다.

타자로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2023년 77경기에서 타율 0.303(201타수 61안타), 7홈런 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2를 기록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뚜렷한 고점을 찍어본 선수다.
그렇기에 이번 투수 재도전은 충동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울산 합류 직후부터 보강 운동과 캐치볼, 피칭 프로그램을 착실히 소화했다. 야수 훈련을 모두 마친 뒤 다시 투수 훈련까지 이어간다. 하재훈은 "훈련 비중은 반반이다. 야수 스케줄을 다 하고 끝나면 캐치볼도 하고 피칭도 한다. 물론 힘든데 할 건 해야 한다"라고 웃었다.
지난달 20일 친정팀 SSG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약 4년 만에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동안 볼넷과 삼진 없이 1안타만 맞고 무실점으로 마쳤다. 현재 구속은 시속 140㎞ 초반까지 올라왔다.
하재훈은 "100%를 끌어내서 던지는 것도 아니다. 아직 한 경기밖에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뭘 보여준다고 해서 내년 판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투수로서는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빌드업 중이니까 굳이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퓨처스리그는 9월 20일에 종료된다. 보여줄 기간이 적었기에 하재훈은 이후 KBO Fall 리그까지 소화할 계획이다. 그때쯤이면 구속과 구위, 제구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행선지는 정해진 게 없다. KBO 구단이 부르면 가고, 울산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남을 생각도 있다.
그가 아직 야구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하재훈은 "난 야구를 하면서 이런저런 역경도 정말 많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납득할 만한 무언가가 아직 없었다"라며 "몸도 생각보다 괜찮고 반응이나 힘도 떨어진 것 같지 않다. 할 수 있을 만큼 해보고 후회 없이 그만두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투수로 돌아왔다고 타자를 포기한 것도 아니다. 하재훈은 여전히 두 역할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 실제 KBO 역사에는 김성한 등 투·타를 병행한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본격적인 투·타 겸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이 몇 년일지 모르지만, 36세 세이브왕은 아직 마지막 공을 던지지 않았다. 하재훈은 "솔직히 내가 앞으로 5년, 6년씩 야구하려고 이러는 것도 아니다. 잘하면 1~2년, 2~3년 더 할 수 있다. 미련 없이 놓을 수 있을 때 놓고 싶다"고 진심을 밝혔다.
이어 "누가 보면 (선수 생활을) 연명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겐 더 하고 싶은 열정이 아직 남아 있다. 진짜 내가 안 될 것 같을 때 그만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제2의 인생에서는 이런 퍼포먼스를 낼 일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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