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9개 상품군' KBO 팬 상품(굿즈) 계약 금액 규모, 2년 전 대비 무려 8배 상승↑
| '내년에 다시 보고 싶은 협업 굿즈' 1위는 두산 망곰, 2위는 스타벅스
| 단 하나의 제품이라도 '10개 구단'과 일일이 소통한다 'KBOP의 치열한 노력'
| '자칫...' 팬들의 피로도까지 고려한다 "내년에는 또 다른 상품군 출시, 양보다 질"

올 시즌 KBO 리그를 수놓은 또 하나의 명품이 있다. 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직접 기획하고 출시해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각종 팬 상품들이다.
때로는 제품이 없어서 못 살 정도라니, 그 인기가 정말 대단하다. 이유가 있다. 야구팬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제품인데, 게다가 품질까지 좋다. 이러니 팬들이 찾지 않을 수 없다.
팬들이 원하는 바를 꿰뚫어 보고, 기획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가 그 중심에 있다. 물론 각 구단도 자체적으로 매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KBOP는 10개 구단의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하나로 통합해 최근 역대급 시장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른바 10개 구단 개별 마케팅의 한계를 뛰어넘어, KBO 리그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마케팅'이다.
이제 KBO 통합 마케팅은 단순하게 상품만 파는 게 아니다. KBO 리그 10개 구단 및 리그 전체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린다.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가 팬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도록 했다. 야구팬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일종의 문화 산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KBOP에 따르면 올해 KBO의 주요 IP 협업 상품군은 19개 수준으로 집계됐다. 외형적인 상품 개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그런데 각 브랜드와 총계약 규모를 계산하면 차원이 다르다. KBOP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대외비라 정확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올해 계약 금액은 지난해 대비 약 2배, 2년 전인 2024년 대비 약 8배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당장 상반기 매출 금액만 약 3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약 400억원 규모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시장 자체가 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단 파격적이라 할 정도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10개 구단 팔도 비빔면과 빼빼로 및 스타벅스 핫도그와 팝콘 등 각종 식품부터 CJ 온스타일 생활용품과 메디힐의 코스메틱류 상품, 바디프랜드 미니 마사지건, 밤켈 쿨링백, LAP 리본핀, 던롭코리아 골프공, 우정사업본부 우표 및 우표첩, 대원미디어 선수 카드 등이 있다. 메디힐, 케이스티파이 테크 액세서리, 동국제약 쿨링 패치, 오덴세 텀블러 등은 지난해에도 반응이 좋아 올해 계약을 갱신한 사례다.
세대를 아우르는 키즈 상품도 인기가 많다. KBO는 10개 구단 정체성을 담은 삼천리 아동용 자전거, 크록스 지비츠(샌들 구멍에 끼워 신발을 꾸밀 수 있는 전용 액세서리) 등 어린이들을 위한 협업 사업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 무형(無形)의 서비스 영역으로 지평을 넓힌 점도 돋보인다. KIA와 협업을 통해 내놓은 차량 디스플레이 10개 구단 테마, 포토이즘의 포토 프레임, 9.81 파크 제주 등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대표 'KOREA' 상품 라인업도 화려하다. 지난해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뮷즈(뮤지엄+굿즈)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뮷즈 X KOREA 유니폼 및 응원 도구 등을 출시했다. 올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때 전통 단청 문양을 활용한 티셔츠와 응원 막대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KBOP 관계자는 "오는 11월 2026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는 또 다른 콘셉트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 야구의 정체성과 전통문화를 결합, 스포츠 상품이 문화 예술 상품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그럼 수익은 어떻게 분배되는 걸까. KBOP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본 계약금(최소 보장 확정 금액) + 판매 로열티(매출액에 비례한 금액) 구조로 계약한다. 판매량이 많을수록 KBOP와 10개 구단의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상품이 많이 팔릴수록 KBOP의 수익이 증가하고, 이는 고스란히 10개 구단에 분배돼 각 구단의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한다.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KBOP 관계자는 "지난해 많은 브랜드가 협업을 제안해 왔다. 그런데 과거의 경우 단순 상품 제작만을 제안했다면, 지금은 상품 제작과 마케팅 프로모션을 동시에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선수 카드를 동봉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등록을 통한 '나만의 팀 만들기'를 할 수 있는 등의 방식이다. 해당 브랜드에서 복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사적 차원으로 진행하고자 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브랜드 및 카테고리 선별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 동일한 카테고리에 여러 브랜드가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또 워낙 많은 문의가 있다 보니, 일일이 대응하는 데 있어서 인력과 시간적인 여건도 부족했다"며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제품이 사랑받았지만, 그래도 가장 눈에 띄었던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스타벅스다. KBOP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워낙 많은 브랜드이며, 이벤트도 다양하다. 과거부터 협업을 희망했는데, 서로 바람이 맞아 함께하게 됐다. 초기에 3~5월을 프로모션 기간으로 정했는데, 팬들의 많은 관심 속 큰 매출을 기록했다. 5.18 마케팅 이슈로 잠시 판매를 중단했으나, 시즌 중 자체적으로 실시한 '내년에 다시 보고 싶은 협업 굿즈' 설문조사 중 두산 망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면밀히 살펴 차후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제품에 관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KBOP 관계자는 "팔도 비빔면과 빼빼로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야구와 연계된 마케팅을 하기 위해 협업을 제안해 왔다. 빼빼로는 다섯 가지 맛을 활용, 구단별로 다섯 가지 제품을 선보였다. 팔도의 경우 잘 알려진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광고 CM송을 콘셉트로 오른손 팀과 왼손 팀으로 제품을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밤켈은 캠핑 및 야구장 방문 시 시원한 음료 및 유니폼 보관 등이 용이한 가방을 출시해 실용성과 패션을 모두 잡았다"고 전했다.
야구 카드도 인기 폭발이다. KBOP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카드를 수집해 이를 팬들끼리 교환하며 보관하는 문화가 확산했다"면서 "그러면서 판매량도 증가했다. 과거 포켓몬 카드와 비슷한 형태의 분위기와 교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카드를 구입할 수 있는 유통처를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으로 바꾼 전략 역시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팬들의 수요가 많은 만큼 카드 디자인과 이미지, 구성 등에 관한 품질을 더욱더 높이기 위해 대원미디어와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라 이야기했다.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KBOP가 정확하게 지키는 선이 있다. 바로 10개 구단의 고유 사업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게 그냥 단순한 일이 아니다. 출시 제품은 하나라도, KBOP는 10개 구단과 모두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디자인이나 마케팅 계획 기획까지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KBOP 관계자는 "10개 구단 개별 사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상품군과 출시 일정 등을 사전에 검토한다. 구단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유니폼과 모자, 기념구, 응원 막대 등의 제품은 가급적 추진하지 않고 있다. 10개 구단과 모두 개별적으로 소통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특히 유명 캐릭터(두산 망곰, LG 먼작귀, 삼성 카카오, KT 원피스 등)는 구단이 이미 진행하고 있어, KBOP는 지양하는 편"이라면서 "포켓몬과 산리오 같은 경우도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 10개 구단과 협업을 검토했다. 그러나 구단별로 캐릭터 선택 및 제한사항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할 수 있기에 실질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속도 조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무분별한 제품 출시가 자칫 팬들의 흥미를 떨어트리고, 나아가 피로감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 지난 7월 자체 조사에서 협업 상품 출시 빈도가 '많다(22%)'는 응답이 '적다'의 약 두 배(적당하다는 65%)에 달하는 등 소비 정점 신호가 감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관해 KBOP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와 또 다른 협업 상품군을 찾고 있다. 양보다는 좀 더 좋은 품질의 브랜드와 함께 팬들이 구매할 만한 제품을 출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면서 "무작정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팬들의 피로도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KBO 리그 상품 산업 발전 방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구단 역시 자체적으로 많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KBO까지 팬들의 구매 가능 규모를 뛰어넘는 제품을 출시할 경우, 피로도와 판매 부진, 재고 부담 등의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KBO는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넓은 시야를 갖고 구단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나무보다 숲을 보며 10개 구단과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KBO 리그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팬심까지 세심하게 보호하는 전략도 돋보인다.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마케팅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KBO 리그. 불과 단 2년 만에 계약 금액 8배라는 역대급 성장을 일궈낸 KBO가 국내 프로스포츠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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