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루하고 또 훔쳐도 좀처럼 홈까지 돌아오지 못한다. 두산 베어스 1번 타자 박찬호(31)의 흙투성이 유니폼이 또 한 번 보상받지 못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0억 원의 FA 계약으로 두산에 합류했다. 큰 기대를 안고 잠실에 입성한 그는 정규시즌 118경기에서 타율 0.293(440타수 129안타) 5홈런 47타점 72득점 30도루, 출루율 0.362 장타율 0.389를 기록하며 리드오프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타격감은 절정이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17(36타수 15안타)에 달한다. 여기에 볼넷 6개를 골라내고 도루도 6개나 성공했다.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출루하고 뛰었는데도 홈을 밟은 건 8차례뿐이라는 점이다. 지난 2일 잠실 LG 트윈스전은 현재 박찬호와 두산 타선의 답답한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박찬호는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LG 선발 김윤식에게 우전 안타를 때렸다. 곧바로 2루까지 훔치며 득점권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두 번째 기회에서는 직접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0-4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로 볼넷을 골라낸 뒤 다시 2루를 훔쳤다. 조수행의 우익수 뜬공 때 3루까지 진루했고 박준순의 우전 적시타가 나오자 홈으로 내달렸다. 두산이 이날 올린 유일한 득점이었다.
7회에도 박찬호는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강승호의 좌전 안타까지 터지면서 1사 1, 2루, 추격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박준순이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박찬호는 또 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박준순은 이날 두 차례 병살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다고 이제 갓 프로 2년 차인 그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 정작 해결해줘야 할 중심타선도 침묵했기 때문이다. 양의지-안재석-유니오 세베리노로 이어진 4~6번 타순은 이날 12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두산은 박찬호가 세 차례 출루하는 등 팀 전체로 7안타를 만들고도 고작 1득점에 머물며 1-5로 패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의 최근 고민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김 감독은 2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1일) 1-3 패배를 돌아보며 "기회가 있을 때 찬스를 살리지 못한 타자들이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은 1일 경기에서도 5회부터 9회까지 5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잠실 야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라이벌전에서 두산이 이틀 동안 LG를 상대로 낸 점수는 고작 2점뿐이다.
앞으로 닥칠 상황을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두산은 2일 패배로 61승 4무 54패를 기록하며 5위에 머물렀다. 3위 LG 트윈스와 4경기, 4위 KIA 타이거즈와 2경기 차로 벌어졌다. 6위 NC 다이노스와 아직 6경기 차지만 NC가 5연승으로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더구나 오는 14일 경기 종료 후에는 리그 정상급 원투펀치 곽빈과 최민석, 3할 타자 박준순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 약 2주 동안 전력에서 빠진다. 최근 10경기 4승 6패에 그친 두산으로서 지금의 득점력 저하가 뼈아픈 이유다.
박찬호에게 더 바랄 것은 많지 않다.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해 빠른 발로 순식간에 득점권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시작하기 전 항상 깨끗했던 그의 유니폼은 경기 후 흙투성이로 변한다. 여기서 두산은 누군가의 안타에 홈까지 전력 질주한 뒤 포효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박찬호를 원한다. 팬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박찬호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