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과 단장, 사장까지 나섰다.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도 이어졌다. 팀을 위해서도, 오타니 자신을 위해서도 쉬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오타니는 고개를 저었다.
다저스 전 단장 짐 보우덴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야구 전문 채널 '파울 테리토리'에 출연해 오타니의 2026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 출전 비화를 전했다.
오타니는 2달 가까이 홈런을 날리지 못했다. 가을야구에서도 부진은 이어졌고 타순에 변화를 줘봤지만 반전은 없었다. 가을야구 7경기에서도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타율은 0.182(22타수 4안타).
일각에선 단순한 부진이 아닌 부상 여파로 인한 컨디션 난조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오타니는 시즌 도중 왼쪽 무릎 부상 여파로 투구를 중단하고 타자로만 나섰으나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끝으로 홈런도, 타점도 전혀 기록하지 못했다.
가을야구에서도 그 부진은 이어졌고 월드시리즈 3연패를 노리던 팀은 NLCS에서 0승 3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오타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오타니는 4차전에도 선발 출전했다. 1번 지명타자로 복귀한 그는 2회 리드를 4점 차로 벌리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양손을 번쩍 들고 배트를 집어던졌고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포효했다. 오타니답지 않게 상당히 격앙된 리액션이었다.
그 이유가 있었다. 보우덴 전 단장은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 브랜든 고메스 단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그리고 에이전트까지 배석해 오타니와 대화를 나눴다"며 "그들은 오타니를 쉬게 하려 했지만 오타니는 그들을 설득해 그 결정을 바꾸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홈런을 터뜨렸다. 보우덴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해 그 경기의 선발 출전권을 따냈다"며 "그렇기 때문에 홈런을 쳤을 때 그토록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까지 감정을 표출하는 그를 나는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오타니 스스로도 출전을 장담키 어렵다고 느꼈던 터였다. 3차전을 앞두고 나선 기자회견에서 "기용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프런트와 감독의 역할이기에, 라인업에 포함된 이상 그에 따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언제 기용되더라도 괜찮도록 모두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중 한 명으로서 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강하게 어필했고 결국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평소 오타니의 성격상 자신의 부진에 마음이 무거웠고 어떻게든 자신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낸 홈런이기에 더욱 짜릿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는 이들에게도 시련을 극복해내는 또 다른 만화야구의 한 페이지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면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서 많은 공감을 자아낸 반응들에선 공통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한 누리꾼은 "이 내막이 사실이라면 비록 결과는 냈을지언정 프런트가 오타니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약 9298억원)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맺은 초특급 슈퍼스타다. 다저스에 오자마자 2년 연속 우승을 이뤄냈고 3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사장과 단장, 감독까지 나서 한 목소리를 냈지만 오타니의 뜻을 굽히지 못했다는 것이기에 충분히 그런 우려가 뒤따를 수 있다.
또 "오타니는 계속 경기에 출전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싶었을테지만 (시즌 중) 더 일찍 부상자 명단에 올렸어도 됐을 것이고 구단 입장에서도 그러고 싶었을 수 있다"면서 "무키 베츠는 부상 복귀 후 무리하면 오랜 시간을 들여도 폼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올 시즌 이러한 기용 방식이 나중에까지 후유증을 남기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다른 누리꾼도 "경기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건 감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타니 본인이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경기에 뛰고 싶어 하는 오타니를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아픈 것을 참고 무리해서 뛴 결과 부상이 장기화된 것이다. 오타니도 확실하게 휴식을 취해야 할 나이가 됐고 애초에 팀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오타니가 개인의 욕심을 위해 팀에 피해를 줄 선수라고 생각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다만 자의든 아니든 팀이 특정 선수에 끌려다닌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는 불안 요소다. 만약 오타니가 4차전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오타니의 뜻을 꺾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 프런트의 문제가 더욱 부각됐을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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