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는 지난 13일 아시아쿼터 투수 왕옌청과 2027시즌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1년, 총액은 30만 달러(한화 약 4억 원)다. 계약금 10만 달러와 연봉 20만 달러로 구성됐다. 왕옌청은 올 시즌 26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한화의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팀 내 최다승 투수였다.
왕옌청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한화는 14승을 거뒀다. 한화의 시즌 전체 승리 57승 가운데 24.6%가 그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나왔다. 왕옌청은 아시아쿼터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재계약을 마치며 제도 시행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낸 대표 사례가 됐다.
이처럼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왕옌청에게 총액 30만 달러라는 계약 조건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KBO는 2026시즌부터 아시아쿼터를 도입하면서 신규 영입 선수의 계약 총액을 20만 달러로 제한했다. 계약금과 연봉은 물론 옵션 실지급액과 이적료도 총액에 포함된다. 재계약 때는 연봉을 해마다 10만 달러씩 올릴 수 있다. 왕옌청은 이 규정에 따라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현행 재계약 규정에서 허용하는 최대 인상 폭이 반영된 계약이다.
KBO리그가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취지는 아시아와 호주 선수 시장에서 전력을 보강하고 구단의 선수 수급 선택지를 넓히는 데 있다. 왕옌청의 활약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선발진을 보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제도 시행 첫해의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제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구단의 비용 절감뿐 아니라 선수에 대한 보상과 리그의 경쟁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 시즌 동안 팀 승리에 기여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진 선수라면 그 활약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성적을 내고도 다음 계약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면 우수한 선수들이 KBO리그를 선택하거나 잔류할 유인은 줄어들 수 있다.
정규시즌 종료 시점에 아시아쿼터 선수 10명 가운데 일본 선수는 8명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본 독립리그나 일본프로야구(NPB) 2군 리그 참가 구단 출신이다. 한 시즌을 지켜본 결과, 이런 선수 구성만으로는 리그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그 수준까지 높이려면 일본 독립리그보다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뛰는 우수한 선수들이 KBO리그에 오고, 계속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호투한 일본 대표팀의 히구치 신은 사회인야구 소속이다. 국내 야구팬들은 그의 투구를 지켜보며 아시아쿼터 영입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신규 영입 선수의 계약 총액을 20만 달러로 제한하는 현행 규정 아래서는 영입이 쉽지 않다.
현재 아시아쿼터는 외국인 선수 제도와 별도의 계약 규정으로 운영된다. 외국인 선수는 신규 영입 때 계약 상한이 100만 달러다. 재계약 선수에게 개인별 상한은 없지만, 2023시즌부터 구단별 외국인 선수 3명의 계약 총액에 샐러리캡이 적용되고 있다. 기존 선수와 재계약하면 재계약 연차에 따라 샐러리캡 한도도 늘어난다. 이에 비해 아시아쿼터 선수는 신규 계약 총액과 재계약 때 연봉 인상 폭이 제한돼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영입과 재계약 모두 보상 여지가 좁은 구조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수준을 높이려면 현행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도 구단이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의 한 유형인 만큼, 두 제도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재계약 때 연봉 인상 폭을 해마다 10만 달러로 제한하는 대신 아시아쿼터 선수의 몸값도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안에서 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3명을 기준으로 한 현행 샐러리캡을 아시아쿼터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자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살펴볼 만하다. 국적 요건은 유지하되, 미국 마이너리그 등 아시아 리그 외의 무대에서 활동한 선수도 영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잭 오러클린이 한 사례다. 호주 출신인 오러클린은 2025년 콜로라도 로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2026시즌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됐다. 직전 연도에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는 이유로 아시아쿼터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적용되는 계약 상한 100만 달러를 폐지하고, 샐러리캡으로 계약 총액을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KBO리그가 국내 선수 대상 샐러리캡 상한을 해마다 높이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신규 영입 상한과 구단별 총액 제한을 함께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이중 제한으로 볼 수 있다. 신규 계약뿐 아니라 재계약 때 연봉 인상 폭까지 제한하는 아시아쿼터 규정은 선수에게 더 큰 제약이 된다. 샐러리캡만으로도 외국인 선수 계약 총액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KBO와 10개 구단은 팬들에게 수준 높은 야구를 선보일 책임이 있다.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리그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제2, 제3의 왕옌청이 계속 KBO리그를 선택하게 하려면 우수한 선수가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오래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쿼터의 가치는 선수가 리그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고, 얼마나 오래 기여할 수 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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