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인하고도 흥미진진한 운명의 장난이 펼쳐진다.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서 격돌한다. 이적 첫 시즌부터 성사된 이른바 '최형우 더비'가 가을야구 판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과 준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KIA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가이자 영호남 라이벌 간의 맞대결만으로도 큰 관심을 일으키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또 다른 관심사는 단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사자 군단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해결사' 최형우(43)다.
불과 지난 2025시즌까지 KIA의 중심 타선과 더그아웃을 든든하게 지켰던 최형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삼성으로 전격 복귀했다.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2017년과 2024년 통합우승을 이끌며 헌신했던 든든한 맏형 '퉁버지'였고, 라이온즈 팬들에게는 삼성을 왕조 시절로 이끌었던 영원한 4번 타자의 귀환이었다.
하지만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단 한 시즌 만에, 그것도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닿을 한국시리즈 길목에서 과거의 동료들을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승부의 핵심 열쇠 역시 '최형우 맞춤형 수 싸움'에 쏠린다. 최형우는 여전히 승부처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리그 정상급 클러치 히터다. 이번 시즌 137경기서 타율 0.301(491타수 148안타) 18홈런 106타점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849로 준수했고 득점권 타율 역시 0.333으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친정을 상대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시즌 KIA전 16경기에서 타율 0.190(42타수 8안타)에 그쳤다. 2홈런 12타점을 올리며 영양가를 챙기긴 했으나, 9개 구단 상대 성적 중 타율은 가장 낮았다. 최형우의 타격 메커니즘과 약점을 누구보다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는 KIA 벤치와 배터리의 집중 견제가 통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최형우 역시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춘 KIA 투수들의 구위와 볼 배합 습관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특히 가을 무대에서 수없이 증명된 KIA의 대투수 양현종과의 정면 승부, 그리고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KIA 필승조와 최형우의 맞대결은 매 순간이 이번 시리즈의 흥미로운 요소가 될 전망이다. 최형우의 방망이가 친정을 침묵에 빠뜨릴지, 아니면 친정의 마운드가 최형우를 꽁꽁 묶으며 호랑이의 포효를 이어갈지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공산이 크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적으로 마주선 '푸른 피의 해결사'와 '호랑이 군단'이다. 한 치의 양보도 허락되지 않는 가을의 전장에서 펼쳐질 '최형우 더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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