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끈 국가대표 마무리 박영현(23·KT 위즈)에게도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이다. 3년 전 마지막 문턱에서 좌절했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다.
박영현은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지난번(2023년 한국시리즈)에 내가 날린 경기도 있고, 막은 경기도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이제 없다. 너무 아쉬운 결과였고 2위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1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천북초-부천중-유신고를 졸업한 박영현은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데뷔 첫해부터 52경기에 등판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이듬해에는 68경기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최연소 홀드왕까지 차지했다. 그해 가을도 강렬했다.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5이닝 무실점으로 KT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에서는 아픔을 맛봤다.
특히 2차전이 뼈아팠다. KT가 4-3으로 앞선 8회말 박동원(36)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했다. 결국 KT는 4-5로 패했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가 된 뒤 내리 3경기를 더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박영현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4경기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91. 3⅔이닝 동안 2실점 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던 무대였지만, 팀의 우승을 지키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가을야구에서 자신의 역할은 해냈다. 2024년에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총 4경기 6⅓이닝 무실점으로 1승 2세이브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6경기 1승 1패 4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83에 달한다. 하지만 2024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KT가 정규시즌 6위에 그쳐 가을야구조차 경험하지 못했다.
박영현은 "작년에 6위를 해서 가을야구를 못 갔다. 매년 가다가 작년에 너무 일찍 쉬었다. 올해는 무조건 우승한다는 생각으로 1년을 꾸준히 해왔다. 그런 말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밝혔다.
올해는 유난히 길고 치열한 시즌이었다. 박영현은 지난 1월 사이판에서 시작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부터 쉼 없이 달렸다. 3월 WBC 8강을 경험한 뒤 KT로 돌아와 정규시즌을 소화했고, 9월에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박영현은 3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4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8회 1사부터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한국의 3-1 승리와 대회 5연패를 완성했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도 4경기 5⅓이닝 무실점으로 금메달을 따낸 박영현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모두 평균자책점 0.00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소속팀에서도 변함없었다. 올해 정규시즌 56경기 7승 무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48, 61⅔이닝 65탈삼진으로 KT의 뒷문을 지켰다. 2024년 25세이브, 지난해 35세이브에 이어 3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KT도 90승 5무 49패로 5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박영현에게는 2023년과 달리 한국시리즈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 박영현에게 힘이 되는 응원도 있었다. 지난해 LG의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38)는 KT의 가장 큰 강점으로 마무리 투수를 꼽았다. 김현수는 "우리가 마무리는 강하지 않을까"라며 박영현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박영현은 "진짜요? 저를 뽑았다고 하시니 감사하네요"라며 놀란 뒤 "올해는 정말 타이틀이나 그런 것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팀을 위해서 던졌다. 기록은 그에 따른 보상이다. 1위 팀의 마무리 투수니까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던지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1월 대표팀 훈련부터 10월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지칠 만도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둔 만큼 휴식은 잠시 미뤄뒀다. 박영현은 "너무 많이 쉬면 감각이 부족할 수 있다. 지금도 계속 전력으로 던지고 있다. 많이 쉬었다가 던질 때와 계속 던지면서 유지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라며 "시즌이 많이 길다. 사이판부터 너무 길었다. 쉬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지막 무대만큼은 놓칠 수 없다. 그는 "올해는 나의 해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한 경기 한 경기에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 모두 모든 걸 쏟아내야 하는 경기다. 무조건 네 경기를 다 이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KT는 오는 11월 2일부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승리팀을 상대로 구단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박영현은 "한국시리즈는 다른 경기다. 좋은 결과도 있고 안 좋은 결과도 있겠지만 나는 무조건 좋은 결과만 생각한다. 팀이 이기려면 내가 마지막을 잘 막아줘야 한다.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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