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리그 첫해 타점왕에 오른 샘 힐리어드(32·KT 위즈)가 마지막까지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친 김도영(23·KIA 타이거즈)에게 축하를 전했다. 아쉽게 홈런왕은 놓쳤지만, 자신의 기량을 모두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힐리어드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대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홈런왕 경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거웠다. 팬들과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고 특히 KT 팬들이 내가 홈런왕을 차지하기를 많이 응원해줬다. 나 역시도 홈런왕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렇다고 너무 압박감을 가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홈런을 의식하면 오히려 더 안 나오기 때문에 좋은 타석을 가져가는 데 집중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이 정규시즌 1위를 하고 경기를 이기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홈런왕 경쟁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에야 끝났다. 힐리어드가 지난 11일 삼성 라이온즈와 최종전에서 시즌 44호 홈런을 기록하며 김도영과 공동 선두로 시즌을 마쳤으나, 김도영이 하루 뒤인 12일 LG 트윈스와 최종전에서 극적인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시즌 45호 홈런으로 단독 홈런왕에 오른 순간이었다.

힐리어드는 "김도영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치면서 홈런왕을 차지했다. 정말 대단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시즌 마지막 날 홈런을 쳐서 홈런왕을 차지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홈런왕 타이틀은 놓쳤어도 힐리어드의 첫 KBO 리그 시즌은 눈부셨다. 올해 142경기에서 타율 0.304(562타수 171안타) 44홈런 139타점 116득점 10도루, 출루율 0.374 장타율 0.593 OPS 0.967을 기록했다. 타점왕에 올랐고 홈런 2위, 득점 3위, 안타 5위로 KT의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KT 유니폼을 입은 힐리어드는 메이저리그 통산 332경기에서 44홈런을 기록한 장타력과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4월까지 28경기 타율 0.232, 5홈런 21타점 OPS 0.728에 그치며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에 힐리어드는 "새로운 리그와 팀에 왔기 때문에 스스로 압박감을 많이 줬다.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시즌 초반에는 잘 풀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KT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강철(60) KT 감독과 코치진도 힐리어드를 믿고 기다렸다. 힐리어드는 "내가 갖고 있는 능력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크게 바꾸기보다 잘했던 부분들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했다. 같은 투수들을 여러 번 상대하면서 익숙해진 것이 컸고 타격코치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기다림은 대반전으로 이어졌다. 5월 타율 0.350, 6월 0.318, 7월 0.365로 반등했고, 7월에는 9홈런 26타점을 몰아쳐 월간 MVP까지 차지했다. 9~10월에도 32경기에서 14홈런 40타점을 쓸어 담으며 시즌 두 번째 월간 MVP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최초의 단일 시즌 월간 MVP 2회 수상이었다.
KT도 힐리어드의 활약에 힘입어 90승 5무 49패로 5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정규시즌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힐리어드는 경쟁자들에 대한 존중(리스펙)을 잊지 않았다.
힐리어드는 "김도영과 곽빈도 굉장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 오스틴 딘도 빼놓을 수 없다. 오스틴 역시 MVP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 후보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누가 수상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결과이며 축하해주고 싶다"라면서도 "시즌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이 내 최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제 시선은 한국시리즈를 향한다. KT는 오는 11월 2일부터 삼성과 KIA의 플레이오프 승리팀을 상대로 구단 두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힐리어드는 "한국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굉장히 뜨겁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런 경기에서 뛰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무언가를 다르게 하기보다는 계속해오던 경기와 똑같이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경기에서 이겨서 최종적으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팬들의 열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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