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라'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역 은퇴 후 뉴욕 양키스에서 애런 저지(34)를 비롯한 유망주들을 가르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마쓰이 히데키(52)가 24년 만에 친정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는다.
마쓰이는 23일 요미우리의 제21대 감독으로 취임하며 "24년 전 내 의지로 요미우리를 떠났던 때를 떠올렸다.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새로운 황금시대가 찾아올 수 있도록 오늘 여기서 시작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요미우리는 마쓰이의 신임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 등번호는 90번이다. 마쓰이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는 것은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2년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뒤 LA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거쳐 2012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통산 2504경기에서 2643안타, 507홈런을 기록했고, 2009년에는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마쓰이의 지도자 경력은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마쓰이는 은퇴 후 양키스 스프링캠프 임시 코치를 거쳐 2015년 구단 GM 특별고문으로 선임됐다. 이후 산하 마이너리그 구장을 돌며 유망주들을 살피고 감독과 타격코치 등과 함께 선수들을 지도했다. 일본 프로야구의 일반적인 코치 코스를 거치지 않고 양키스 시스템에서 오랫동안 선수 육성을 경험했다는 점은 신임 감독으로서 독특한 이력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대표적인 선수가 훗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성장한 저지였다. 당시 양키스 산하 더블A에 있던 저지는 마쓰이에게 타격 조언을 받았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는 "지도자 마쓰이의 시작은 양키스였다. 일례로 저지는 '마쓰이가 하체로 스윙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그런 마쓰이를 불러들인 요미우리는 올 시즌 굴곡이 컸다. 올해 요미우리는 시즌 중 아베 신노스케(47)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5월 26일부터 하시가미 히데키(60)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그럼에도 전반기를 한신 타이거스와 공동 1위로 마치며 선전했다.
후반기에는 우승 경쟁이 요동쳤다. 특히 8월 한신과 치른 6차례 맞대결을 모두 내주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9월에는 13승 8패로 반등하며 한때 승차 없는 상황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결국 76승 3무 64패, 승률 0.543으로 한신에 2.5경기 뒤진 센트럴리그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가을야구에서는 더 허무했다. 홈인 도쿄돔에서 열린 클라이맥스시리즈(CS) 퍼스트스테이지에서 3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를 만났지만 1차전 1-2, 2차전 1-4로 연달아 패했다. 두 경기에서 고작 2점을 뽑는 데 그치며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이 탈락했다.

더 뼈아픈 것은 요코하마와 악연이 3년째 반복됐다는 점이다. 요미우리는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24년 CS 파이널 스테이지, 지난해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요코하마에 2연패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같은 팀에 가을야구에서 탈락했다. 2012년 이후 14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 도전 역시 다시 무산됐다.
그 직후 요미우리가 선택한 카드가 마쓰이였다. 등번호도 의미가 남다르다. 현역 시절 마쓰이의 상징은 55번이었지만, 감독으로서는 90번을 골랐다. 90번은 평생의 은사 고(故) 나가시마 시게오가 1975년 처음 요미우리 감독에 취임했을 당시 달았던 번호다.
199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개 구단 경쟁 끝에 나가시마 감독이 직접 추첨으로 마쓰이의 교섭권을 뽑은 뒤 두 사람은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사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나가시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마쓰이는 생전에 스승과 나눈 '약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쓰이는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은사를 떠올렸다. 그는 "나가시마 감독이 지금 자신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 것 같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늦었어, 아니겠나"라고 웃은 뒤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가시마 시게오가 될 수 없다. 나가시마 씨는 나가시마 씨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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