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회에 올라가든, 어떤 상황에 올라가든 마운드에서 내 피칭만 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불펜에 비상이 걸렸다. 리그 최다 36세이브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베테랑 마무리 김재윤(36)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가을야구 마운드 구상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이에 박진만(50) 삼성 감독은 특정 투수를 고정보직으로 못 박지 않고, 경기 흐름과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마무리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집집단 마무리 체제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체 1순위'는 단연 좌완 이승민(24)이다. 이번 시즌 주로 셋업맨과 필승조로 활약한 이승민은 74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 리그 최다 홀드 2위에 오르며 삼성 불펜의 확실한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했다.
갑작스레 뒷문의 짐까지 나누어 지게 됐지만, 이승민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이승민은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큰 경기를 맞이하는 솔직한 각오를 전했다. 이날 경기는 우천으로 순연됐지만, 이승민은 경기 전부터 차분하게 마인드컨트롤을 이어가고 있었다.
생애 첫 가을야구 무대지만 특별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승민은 "가을야구라고 해서 더 특별히 신경 쓰고 준비한 것은 딱히 없다"며 "정규시즌 때 준비해 왔던 루틴 그대로 똑같이 준비하고 있었다"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영광스럽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자리는 솔직히 상상조차 못 했다. 올해는 예전보다 마운드에서 더 집중하고, 더 책임감을 갖고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윤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불펜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재윤이 형이 아쉽게 부상으로 빠지게 됐지만, 우리 불펜 투수들은 항상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투수들이 충분히 잘 던져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동료들을 향한 강한 신뢰를 보냈다.
무엇보다 박진만 감독의 공언대로 9회 마지막 세이브 상황을 포함해 경기 후반 언제든 가장 긴박한 순간 호출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이승민이다. 하지만 등판 시점이나 보직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마지막으로 이승민은 "몇 회에 올라가든, 어떤 상황에 올라가든 그냥 제 피칭만 다하면 된다는 생각뿐"이라며 "상황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마운드에 서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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