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영재 "박대통령 혼이 들어와 줬으면"

김양현 기자 / 입력 : 2004.12.06 11:08
  • 글자크기조절
image


"이번에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을 맡으면서 촬영이 있기 전날 자기 전에 이런 기도를 합니다. 제가 연기하는 동안 박 대통령의 혼이 나한테 들어와 줬으면 좋겠다구요."

MBC 특별기획드라마 '영웅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소원영 김진민)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박정희 대통령 역할로 최근 또 한번 '박통 신드롬'을 불어일으키고 있는 박 대통령역 전문배우인 독고영재(사진)의 바람이다.


그는 "연기할 때 대사 암기가 잘 안되고 자신없이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NG를 내지 않고 획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며 "이런 경우, 하고 나서도 스스로 만족하고 괜찮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웃는다.

독고영재는 이 드라마에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모델로 한 극중 천태산(최불암)과 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을 모델로 한 국대호(정욱) 등 여느 주인공 보다도 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으며 최근 인기에 한몸에 받고 있다.

독고영재는 알려진대로 박 전 대통령 역할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5년 SBS 정치드라마인 '코리아 게이트'에서도 박 대통령 역을 맡았다. 하지만 그때는 주연급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거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극의 흐름을 주도해 나간다.


때문에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현재 다른 어떤 주인공들보다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야 한다. 이런 고충은 배테랑 연기자로서도 느끼기에도 부담이 될 정도다.

"대사량이 '코리아게이트'보다 한 10배 이상 많아요. 일주일 이상 대사를 외워도 야외나 세트 녹화하는 날까지 계속해도 감당을 못할때도 있어요. 너무 많아서 솔직히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 역할이 더욱 힘든 것은 대사량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역할이 그 만큼 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코리아게이트' 때는 주로 외형적인 것만을 보여드렸는데 이번에는 내면적인 것, 디테일한 성격까지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 부담이 많이 크죠."

박대통령 전문배우로서 그동안 그가 기울여왔던 노력은 남다르다. 박 대통령에 대한 공부는 이미 '코리아게이트'를 찍을 때 많이 했다. 그때 박 대통령에 대한 자료나 문서들, 동영상 등을 구해 수없이 봤다.

주위분들을 통해서도 박 대통령의 걸음걸이, 행동, 제스쳐, 말투 등에 대해 전해듣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쌓았다. 그동안의 이런 노력이 이번에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지만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시청자들이 자신을 너무 박 대통령 외모와 비교를 한다든지, 게시판을 통해 논쟁하는 부분이 드라마의 재미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맡은 역할이나 실제인물 등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만 봐 주시면 좋겠어요. 전부 다를 다 있었던 일이다고 생각지 마시고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런 걸로 이견을 주고 받는게 좋을것 같아요. 드라마는 그냥 편안한게 봐 주셔야 연기하는 사람들도 편하거든요."

그는 최근 한 녹화현장에서 목이 쉬어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박대통령의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술을 끊은 지 한 30년.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스타일이지만 계속되는 녹화 강행군에는 목이 쉬고 때론 탈진할 정도다. 그 만큼 그는 혼신의 힘을 이 드라마에 쏟아붇고 있기 때문일까.

"제가 이역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지요. 배우로서 아무나 이런 역할 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제가 그분과 똑같이 생기지도 않은만큼 외모적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연기력으로 평가해 주세요."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