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컨츄리', 불의에 맞선 한 여인의 용기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6.04.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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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의 여정은 아무도 가지 않았기에 더 가시밭길. 자녀 둘을 둔 싱글맘 조시(샤를리스 테론)는 고교 때 교사의 강간으로 미혼모가 됐고 이혼까지 했건만 삶에 의욕적이다. 하지만 얼른 집을 사기 위해 미용사 수입의 6배를 벌 수 있는 광산에 취직한 뒤 마초들의 등쌀에 시달리면서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다리를 벌리고 임신여부를 체크하는 입사 신체검사부터 굴욕적이다. 또 이 검사 때문에 직장 내에서는 ‘그녀의 벗은 몸이 아름답다’는 풍문까지 돈다. 남자 동료들은 그녀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척하면서 가슴을 만지는가 하면 툭하면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음담패설이다.


또 인적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성관계를 갖자고 대놓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손찌검까지 한다. 심지어 사용중인 이동화장실을 뒤집어엎어 똥물까지 쓰게 하는 마초들의 만행이라니….

30대 1이라는 절대적인 열세 속에 다른 여성 동료들 역시 이러한 괴롭힘에서 예외는 아니지만 노모 부양 등의 이유로 직장생활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아무 말 할 수가 없는 형편.

‘노스 컨츄리’는 춤과 노래를 즐기는 낙천적인 성품의 조시가 당대 초유의 직장 내 성차별에 대한 집단 소송을 제기, 재판을 받는 장면과 광산에서 당한 추행들을 교대로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아울러 남성들의 관습적인 장난이 힘없는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폭력으로 비화되는 과정에 대한 관찰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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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영화의 압권은 불의에 맞서 홀로 될 수 있는 조시의 용기. 재판중 자신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돼 아들 새미의 방황으로 이어져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재판까지 감행한 그녀의 용기의 동력은 바로 아이들을 당당히 키울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였다.

‘강간으로 생긴 널 낳기 싫었지만 배가 불러오며 네가 내 것임을 깨달았다’는 조시의 눈물어린 말이 가슴을 친다. 그녀의 이러한 용기는 내내 딸의 행실이 못마땅했던 조시 부친도 마침내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다.

이 영화는 지난 1984년 미국 최초의 사내 성폭력 소송 승소 사건을 극화했다.

10대 아들까지 답습한 ‘여자들이 남자의 일을 뺏고 있다’는 분노 논리는 오늘날에는 ‘집에서 애나 봐’라는 조소로 환치되며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멈추지 않았다.

산수적 평등이 비교적 이뤄진 오늘날에도 법이 커버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접촉 때문에 마음 졸이는 여성들이 분명히 있다. 영화 ‘웨일 라이더’의 니키 카로 감독이 연출했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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