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이 왜 안나왔냐고?" 김태호PD의 '후일담'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10.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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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무한도전'은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았다. 각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 신선한 기획과 구성으로 호평도 받았다.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은 순간들도 가지가지. 과연 '무한도전'을 직접 연출하고 있는 김태호 PD는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래서 그에게 직접 들었다.

2008년 내내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늘 시청자의 곁을 지켰던 '무한도전'의 한 해 미션은 30개를 이미 훌쩍 넘어선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형식을 고민하고 뒤집어보는 건 '무한도전'만의 전매특허. 각종 짝짓기 프로그램 형식을 총망라했던 '무한걸스'와의 '우리 미팅했어요'는 그 대표적 예다.


"예능 프로그램의 다양한 형식을 되짚어본다. 제작진도 '이런 건 왜 이렇게 하지, 더 세련된 건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사실 3년 전 '무한도전'이 처음 출발했을 때 '리얼 버라이어티'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대세가 됐다. 또 다른 건 없을까 다시 고민하곤 한다.

지난해 멤버들이 이웃돕기를 위해 밤중에 쌀을 날랐던 미션은 도네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전환에서 출발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공영성 프로그램이 많지만 꼭 도움을 받는 대가로 그 사람들이 출연해서 어려움을 털어놔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

'무한걸스'와의 미팅은 재작년부터 하고 싶었다. 그런 짝짓기 프로그램이. 구애하는 다른 편을 만들려다가 요즘 짝짓기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나, 너무 늦어져서 그건 접었다"(이하 김태호 PD)


여러 미션 중에서도 지난 6월 21일부터 3차례에 걸쳐 방송된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은 멤버들의 서바이벌 경쟁 구도로 화제를 모았다. '나쁜놈' 박명수와 '더 나쁜놈' 노홍철의 두뇌싸움 등 드라마보다 더한 반전이 이어졌다. 이는 후에 추석 특집으로 멤버들의 코멘터리가 더해진 '감독판'으로 새롭게 방송되기도 했다.

"'놈놈놈' 특집이라고 다들 계속 그러시는데, 사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란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만 보고 '어 저거 재밌겠다' 해서 적용해 본 거다. 박명수 노홍철의 추격전 등 예상할 수 없는 대목이 많았다. '놈놈놈'을 나중에 보면서 '우리 게 더 재밌는데' 하는 생각도 해보고.(웃음)

한강 둔치에서 박명수씨가 몸을 날릴 땐 찍으면서 '그냥 빠져라 빠져라' 그런 생각도 했다. 봄과 여름 내 지쳐 있던 제작진에게 활력을 전해준 특집이었다."

'무한도전'에는 축구선수 앙리와 골프선수 미쉘 위, 효도르 등 깊은 인상을 남긴 게스트들의 출연이 잦았다. 올해에도 조인성이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특집 레슬링 편'에 깜짝 등장하고, 유채영 서인영 이민우 유세윤 등이 돌아가며 게스트로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등장부터 화제가 되는 해외 톱 운동선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특히 방한했던 축구스타 베컴은 "왜 '무한도전'에 출연 안하느냐"는 궁금증까지 자아냈다.

"스포츠를 다룰 때의 핵심은 비인기종목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베컴 출연과 관련해서 다른 프로그램과의 우여 곡절이 많았다. 출연키로 했다가 안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한다고 했다가. 하지만 무엇보다 비인기종목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와도 사실 맞지 않았다. 너무 의미를 따진다고는 하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최고의 '무한도전'을 꼽는다면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댄스스포츠 특집- 쉘 위 댄스'가 될 것이다. 각기 프로 선수와 힘을 맞춰 다양한 댄스 스포츠를 선보였던 멤버들은 결국 무대에 오른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물론 '악마' 박명수는 '난 눈물이 안 난다'며 함께 눈물짓던 시청자를 끝내 폭소하게 했다. 올해도 이를 떠올리게 하는 기획이 있다. 바로 '전국체전 에어로빅 출전 편'이다.

"지난해 댄스스포츠 특집 '쉘 위 댄스'는 사실 단순했다. 1회는 연습, 2회는 중간점검, 3회는 대회.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찍은 분량만으로 치면 두 달 방송 감이다. 대회 보도가 나갔지만 과정에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단체로 연습을 하니까 실력에 격차도 있고, 스케줄이 안 맞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이에 갈등이 보였다. 이걸 그냥 해야 하냐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잘했다지만 참 속이 상했다. 연습 때는 저것보다 훨씬 잘 했는데. 우리끼리는 이번엔 저번처럼 울지 말고 즐겁게 하자고 했다. 결국 노홍철씨는 조금 울다가 수건으로 슥 눈물을 닦아버리더라."

'무한도전'도 이제 나름의 한 해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1년 내내 찍었던 '달력 특집'이 그것이다. 그와 별개로 프로그램 속에서 출연자들이 달력을 찍고, 그 달력을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기꺼이 사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무한도전'의 형식은 TV와 시청자의 '쌍방향 소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1월부터 툴툴거리면서 찍었다. 하하는 그때부터 제외했다. 어차피 달력 특집을 연말에 하게 되면 그 땐 하하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찍은 달력 특집을 보면서 1년을 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아마 또 다른 우리 식의 정리가 될 거다. 이번엔 작년보다 더 많이 찍어서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쓸까 한다. 여러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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