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 정보석, 고상했던 그 맞나?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0.01.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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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일 기자
‘깨지라고 있는 것이 법칙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뜻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000는 이렇다’라는 확신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좀 모호한 소리인가? 요즘 이 말에 크게 공감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살짝 얘기해봤다.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이다.

시트콤은 시트콤일뿐, 코믹한 설정과 이야기 구성 때문에 마니아층이 생기며 인기는 끌 수 있어도 드라마처럼 시청률이 대박까지 나오는 건 좀 어렵다는 생각들이 있었는데, ‘지붕뚫고 하이킥’이 과감하게 깨지 않았냐 이 말이다. 인기도 ‘지붕뚫고 하이킥’이요, 시청률도 20%를 웃돌며 ‘지붕뚫고 하이킥’이요, 거기에 등장 배우들의 인기 역시 모두 ‘지붕뚫고 하이킥’이니까.


‘지붕킥’은 재미있는 설정과 드라마적인 이야기 흐름에,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리면서 3박자가 하나로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특히나 ‘지붕킥’을 연출하는 김병욱 PD의 수많은 시트콤에는 언제나 무능한 가장이 중요 캐릭터로 등장했다. ‘순풍산부인과’에서 ‘아니, 왜 이러세요?’를 연발하던 사고뭉치 박영규가 그랬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백수에 밥만 축내는 식신준하가 그랬고, ‘지붕킥’에선 소심하고 열등감덩어리인 정보석이 그렇다.

이 중 정보석은 무능한 가장 역할의 최고봉이라고 임명하고 싶을 만큼 그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있다. 극중의 그는 운동선수 출신으로 잘 하는 건 달랑 족구 하나에 보사마로 불린다는 외모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것 없는 구박덩이 데릴사위이다. 초등학교만 다녀도 할 수 있는 돈 계산 하나 딱딱 못하니 구박, 시키는 일도 매일 잊어버리고 잘못 처리하니 구박, 뭐 하나를 준비해도 어설프니 구박, 그의 일상은 그저 구박의 연속이다.

어디 이뿐인가! 여기에 보고있는 사람까지 막 짜증나게 만드는 소심함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지붕킥’의 정보석을 볼 때마다 ‘와우~ 베테랑 연기란 바로 이런 걸까?’ 자꾸 곱씹게 된다. 특히나 예전에 모 토크쇼에서 그를 게스트로 만났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토크쇼란 어떤 곳인가? 드라마처럼 연기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이 보여지는 프로그램 아닌가. 하늘 높은 줄 모르듯 뾰족한 콧대와 A4용지라도 갖다대면 삭~ 베어져나갈 듯이 샤프한 턱선, 적당한 저음의 목소리, 경박스럽지 않은 웃음소리, 군살하나 없어서 완벽하게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꼬고 앉아있던 모습, 매너, 매너, 매너가 온 몸을 뒤덮고 있는 듯한 예의바른 몸짓... 거기에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로맨틱한 모습까지.

내가 만난 정보석은 한 마디로 말해,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배우였다. 그래서, ‘지붕킥’이 시작하기 전, 정보석이 캐스팅됐단 기사를 보고 솔직히 말해서, ‘좀 의외인데?’라고 생각했다. 위에서 말한 ‘고급스런 그의 모습들’이 그 이유였다. 새로 치면 백조요, 동물로 치면 사슴 같은... 우아가 철철 흐르는 그가 어찌 웃길 수 있단 말인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붕킥’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내 판단이 얼마나 섣불렀는가를 깨달았다. ‘지붕킥’에선 내가 만난 그의 모습과 180도 완벽하게 달랐으니까. 심지어 예전에 인터뷰했던 우아한 그의 모습이 ‘가짜’였을까, 싶을 정도로.

이런 그를 보면서 조금은 뜬금없지만, 새삼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직업에서든 성공하려면, 그 일을 제일 잘하면 된다고. 세상에는 성공을 위해서, 학연, 지연 등의 각종 인맥에, 비싼 선물 등의 아부에, 경쟁자 뒤통수 때리는 비열함에... 온갖 것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얼마나 잘, 열심히 하는가라는 걸. 이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배우로서 완벽하게 연기하는 정보석이 참 멋지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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