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 "올해는 애티를 벗어 버리고 싶어요"(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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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새해 인사를 전했다. 문채원은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KBS 2TV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안방극장 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최종병기 활'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문채원의 임진년 바람은 지난해만 같아라, 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문채원은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은거지,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곤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쌍꺼풀 진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물론 너무 감사해요.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 배역을 맡은 저도 사랑을 해주신 거니깐요. 그래도 제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려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정답이지만 지나치게 정답 같았다. 문채원은 커피를 안 마셔서 과일주스를 선택했다. 마돈나처럼 피부 관리 때문에 커피를 안 마시는지 넌지시 물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올리며 "커피를 원래 안 마셔요. 안 맞는 것 같아요"란 답이 돌아왔다.

신인상을 받을 때 기대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사람이란 겸손을 떨지 않는 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 아닌가. 문채원은 "대종상 땐 '써니'에서 워낙 잘 한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를 축하해 줄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라며 "그래서 호명 됐을 때 영화이름도 잘 안들렸어요"라고 말했다.

문채원은 "무대에 오르면 앞이 안 보인다고 하던데 그렇진 않았어요. 그냥 얼떨떨했지"라고 담담히 말했다. 대신 청룡상 땐 신기하게도 정말 앞이 안보였다고 했다.

"대종상 때 받았으니 청룡상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상을 받으러 가면서 주시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어요."

'생각'. 문채원은 생각이 많았다. 답들이 모범답안에 가까운 건 생각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정성이 담긴 듯 했다. 문채원은 신인상을 받은 뒤 다른 영화들은 왜 상을 받았는지 일일이 찾아봤다고 했다.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어디 가서 약한 소리를 하면 안된다고 한층 다짐했다.

사실 문채원은 지난해 두 가지 질문을 지겹게 들었다. '공주의 남자'에서 초반 연기력 논란이 일었는데 어떻게 신기하게도 작품 중간에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가게 했는지, 또 사극이 연이어 성공했기에 현대물에서도 과연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고개를 잠시 숙이던 문채원은 어깨를 살짝 돌리며 "(연기력 논란)그런 소리들은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몰라요. 왜냐면 당시엔 그런 걸 찾아볼 시간조차 없었으니깐요"라고 말했다. 다만 조금씩 나아지려고 했고,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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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문채원은 직업인이란 표현을 썼다. 프로라는 말을 쓰는 배우는 봤어도 직업인이란 표현을 쓰는, 더구나 26살 여배우는 처음이었다.

"좋은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게 일이지만 저 역시 직업인이니깐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고 싶어요." 문채원은 "언젠가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서 배우란 직업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많이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문채원의 올해 바람은 내가 나를 좀 더 많이 좋아했으면, 이란 것이었다. 사람 욕심을 더 많이 갖게 됐다고 했다. 좋은 관계 속에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신년 바람으론 진중하고 절실해보였다.

문채원은 "아직 제게서 애티가 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완숙해지는 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벗어버리고 싶은 애티를 올해는 좋은 작품, 좋은 분들과 호흡으로 버리고 싶어요"라며 두 손을 모았다. 문채원은 스스로를 외골수며, 늦되다고 했다.

같은 소속사 동료인 손예진, 이민정 외엔 한효주, 문근영 등 같은 작품을 한 동료들 정도와만 친하다고 했다. 고2 때까지 미술을 할 것이란 생각만 하면서 하나만 보다가 늦게 직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문채원은 "전 첫사랑도 늦었고, 직업에 대한 고민도 남들보다 늦었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나만 보는 외골수고, 외골수가 되다보면 더 애티가 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빛나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았지만 문채원이 바라보는 지점은 다른 것 같았다. 그렇기에 들뜨거나 가라앉지 않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면 버리라 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문채원은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운 것 같았다. 문채원은 "저도 절 잘 모르겠어요. 다만 계약을 맺고 약속을 한 것은 직업인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과일주스 한 모금을 넘겼다.

올해 문채원은 현대물에 도전하려 한다. 엄청난 변신을 하기보단 조금 더 새로운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걸 하려 한다.

"지난해에는 혼자 힘으로 누릴 수 있는 경험은 한 게 없어요. 그래도 미우나고우나 해도 작품이 좋아서 봐주시고 마음을 좀 더 열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문채원이 스스로에게 칭찬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칭찬한다면 남들과는 좀 다른 지점에서 칭찬해줄 것 같다. 문채원이 어떤 한해를 보내고, 어떤 드라마를 펼쳐나갈지, 한해가 마무리될 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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