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부산영화제, 2007년 악몽 재현되나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9.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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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파티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후보가 영화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시아 영화인들의 축제이지만 올해는 또 하나 변수가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대선 주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자리인 탓이다.

영화제측과 영화인들은 벌써부터 2007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2007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등이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부산영화제는 탄생부터 정치와 거리를 뒀기에 대선 후보들이 시민들에게 일장연설을 할 기회는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의전에 신경 쓰고, 누가 먼저 레드카펫을 밟는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느라, 영화제가 초청한 세계적인 영화음악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소외된 것.

엔니오 모리꼬네는 대선주자들 입장이 늦어지자 비가 오는 개막식에 대기실도 없이 하염없이 우산을 들고 기다려야만 했다. 부산영화제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영화제측은 대선후보 때문이란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개막식에 이어 열린 개막파티에도 이명박 후보가 찾았다. 노회한 일부 영화인들은 이명박 후보와 악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섰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 애를 썼다.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가 터지자 이명박 후보는 와인잔을 들고 마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자 행사에 참석한 영화인들과 해외 게스트는 한켠으로 조용히 밀려났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건강상의 이유로 아예 행사에 불참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도 2007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높다. 부산영화제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부산시민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후보 등이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 후보가 민심잡기 행보가 활발한데다 부산영화제가 대표적인 문화행사인 탓이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아직까진 대선후보들에게서 개막식 참석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며 "아시아영화인들의 축제 인만큼 요청이 오더라도 정치적인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4일부터 13일까지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부산 시내 7개 극장 27개 상영관에서 진행된다. 전 세계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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