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훈련 금지 논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4.12.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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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프로야구 '비활동기간 합동 훈련 금지'와 관련해 논란이 뜨겁다.


지난 15일 오전 한 매체는 넥센 히어로즈의 일부 선수들이 몇몇 코치들과 목동구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비활동기간(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에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그러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같은 날 오후 "넥센의 합동 훈련에 크게 분노한다"며 "진상 파악을 실시해 하동 훈련의 사실이 인정될 경우, 즉시 선수협 결의에 따라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협의 박충식 사무총장은 1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간 모두가 규칙을 잘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야구계에 복귀한 뒤 정해놓은 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려 하면서 잘 지켜지던 규정이 깨지고 말았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넥센은 피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불똥이 넥센이 아니라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바로 한화의 김성근 감독이었다. 앞서 김성근 감독은 12월 합동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선수협의 강경한 대응에 밀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12월 계획했던 오키나와 전지훈련도 취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살이 정작 규약을 잘 준수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에게 향했다.

이어 박 총장은 같은 날 넥센 측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합동 훈련에 대한 오해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넥센의 합동 훈련이 개인 훈련이며, 따라서 넥센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첫 날 엄중한 제재 조치를 언급하며 강격한 대응을 약속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만약 상대가 넥센이 아닌 한화였다면. 그리고 김성근 감독이 몇몇 선수들 앞에서 펑고를 치고 있던 장면이 찍혔다면. 또 한화 코치들이 사복을 입은 뒤 배트를 든 채 일부 1군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사진에 담겼다면. 과연 선수협은 가만히 있었을까.

김성근 감독과 한화 입장으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목동구장, 그리고 해당 구단은 넥센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가만히 잘 지내고 있던 김성근 감독에게 돌을 던졌다. 마치 암묵적으로 그동안 잘 지켜져 왔던 자신들만의 '룰'이 김성근 감독으로 인해 사단이 났다고 말하는 듯 보인다. 그러면서 정작 넥센에 대해서는 전화 한 통과 더불어 이해를 했다며 어물쩍 넘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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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뭔가 선수협은 본질을 단단히 흐리고 있다. 선수협은 원칙대로 규약에 따라 조치를 취했으면 됐다. 넥센을 조사한 뒤 위반을 했다고 판단하면,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내리면 됐다. 그런데 애꿎은 김성근 감독을 걸고 넘어졌다. 이 논란이 모두 김성근 감독 때문에 일어난 것이란 말인가.

야구규약 제138조(합동훈련)에는 '비활동 기간 중 자유의사로 기초 훈련을 행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나와 있다. KBO에 등록된 선수들이라면 비 활동기간이라도 누구에게나 자율 훈련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1군 선수는 물론 1.5군 2군, 3군 등 육성군 선수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자율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의해, 구단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싶어 하는 1.5, 2군, 3군 선수들이 훈련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자율적으로 훈련을 해도 스스로 어떻게 훈련을 소화해야 할 지 모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혼자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선수들, 선배 코치들이 나서서 가르쳐줘야만 하는 선수들이 많다.

다소 기량이 처지는 선수들을 위해 기술을 가르쳐 줄 지도자, 즉 코치가 필요하다. 마냥 쉬기보다는 코치로부터 배우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렇게 열심히 해도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여건에서는 이런 훈련을 받는 것 자체가 원천봉쇄 돼 있다. 이것이 과연 선수들을 보호하는 것이란 말인가. 선수협은 선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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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제도적으로 모순이 있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 보완을 해 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1군에서 몇 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또는 몇 경기 이상 참여한 선수들은 훈련 명단에서 아예 제외하면 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원칙이다. 이는 지키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 제외된 선수들 외 나머지 선수들(1.5, 2~3군 등)에게는 구단과 선수들에게 합동 훈련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단, 선수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하면 그만이다.

즉,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훈련을 강제로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쉬고 싶은 마음이 없는 선수들까지 '자율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쉬게 하는 것. 이것이 곧 강제적인 자율이며, 자율이 아닌 타율, 선수협이 말하는 자율에 희생되고 있는 또 다른 선수들이 아닐까.

소위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있는 선수들. 또 죽기 살기로 1군 진입만을 노리고 있는 선수들. 이들에 대해 구단이 책임지고 실력을 올려주는 것이 그 선수들, 더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 이익이며 바람직한 일이 아닐는지.

정작 선수협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합동 훈련 금지 등을 감시하는 데 있지 않다. 선수들의 최저 임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 선수협은 한국 야구를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것이 곧 추락한 선수협의 권위를 살리는 길이자, 팬들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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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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