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김성근감독·한화 징계로 빈볼 사라질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4.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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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이 5회 한화 이동걸의 공에 맞은 뒤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빈볼(Beanball)’이 사라질 것인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한화 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의 왼쪽 엉덩이를 맞혀 발생한 ‘빈볼 같은, 빈볼 아닌’ 사건에 대해 15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이동걸 5경기 출장 정지에 벌금 200만원, 김성근감독과 한화 구단은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감독은 벌금 300만원, 구단은 5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렸다.

KBO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빈볼 시비’에 화룡점정(畵龍點睛)하며 적어도 KBO리그에서는 더 이상 빈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앞으로 한화와 롯데가 다시 맞붙을 때 양팀 투수들은 몸쪽 바짝 붙은 공을 던지다가 실투라도 하면 큰 일이 벌어지게 됐다. 퇴장에 벤치클리어링, 그리고 중징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벌위원회의 결정은 앞으로 한국프로야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례적으로 감독과 구단이 징계 대상이 됐고 그 이유가 ‘관리 소홀’이었다. 그런데 KBO리그의 벌칙 내규에 관리 소홀 조항은 없다. 그리고 빈볼 시비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 징계 대상에 감독이 포함된 경우, 양팀이 아닌 한 팀 감독이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 김성근감독이 한국프로야구에서 첫 사례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8일부터 20일까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오클랜드전에서 3경기 연속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고 결국 19, 20일 경기에는 빈볼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메이저리그의 징계는 19일 경기에서 전 날 깊은 2루 슬라이딩으로 캔자스시티 유격수에게 부상을 입힌 오클랜드 라우리에게 복수를 위해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캔자스시티 선발 요다노 벤추라에게 벌금, 20일 게임에서 빈볼을 던진 강속구 투수 켈빈 에레라에게는 5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징계를 내렸다. 벌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캔자스시티 네드 요스트 감독, 데이브 에일랜드 투수코치에게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롯데전에서의 빈볼 시비로 투수에 그치지 않고 감독 구단까지 징계한 KBO 상벌위원회와는 다르다.

글쓴이는 지난 2006년 특파원으로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당시 축구 월드컵과 메이저리그, 한국프로야구에서 동시에 거칠고 폭력적인 플레이가 등장했다. 당시 글쓴이가 ‘빈볼 사건’을 소재로 쓴 기사를 (상) (하)로 소개한다. 현 시점에 맞춰 수정을 했다.

(빈볼시리즈 上)

이탈리아가 우승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줄 수 있는 거친 플레이로 옐로우, 레드카드가 난무하더니 2006 메이저리그도 갑자기 빈볼이 무차별 날아들기 시작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006년 7월2일 현대 유니콘스의 베테랑 포수 김동수(당시 38세)가 타석에서 한화 투수 안영명(22)의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와 피하다가 왼쪽 어깨에 맞자 참지 못하고 마운드로 달려나가 16살이나 어린 후배 투수의 얼굴을 가격하고 결국 이단옆차기까지 나오는 집단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빈볼의 이유는 현대 포수 김동수가 한화의 사인을 훔쳐봤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이고 글쓴이가 미(美) 로스앤젤레스에서 취재 중이어서 당시 한화 측에서 빈볼을 던질 분위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번 롯데 한화 사태를 계기로 2006년 동영상을 검색해 살펴볼 수 있었다.

KBO는 당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김동수와 안영명에게 벌금 각 200만원, 그리고 양팀간 집단 몸싸움 때 발길질을 했던 한화 송진우 현 KBSN 해설위원에게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출장 정지와 감독, 구단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현대-한화간의 빈볼 시비가 벌어진 이틀 후인 7월4일 열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애리조나전에서는 다저스의 1루수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1경기에서 3번이나 투수의 공에 두들겨 맞아 메이저리그 1경기 개인 최다 ‘힛 바이 피치(hit by pitch)’ 타이 기록이 됐다.

LA 다저스의 투수 데니스 바에스는 다음 날인 4일 경기 9회 마지막 수비 2사 후 11-3으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애리조나 우익수 숀 그린의 오른 엉덩이를 맞혀버렸다. 전날 자신도 한차례 맞았던 다저스 포수 러셀 마틴은 '착하게도' 시속이 무려 96마일(약 154㎞)에 달하는 패스트볼에 맞아 아파하는 숀 그린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숀 그린은 LA 다저스에도 몸담았다. 그러나 복수가 목표인 빈볼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이번에 한화 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을 맞힌 공의 스피드는 어느 정도였을까. 맞으면 다칠 가능성이 있을 만큼 빨랐는지 궁금하다.)

(상)에서는 먼저 타자를 위협하려는 기본 목적을 가지고 몸 쪽을 향해 무섭게 날아드는 투구의 종류부터 알아본다. 이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빈볼(Beanball)과 브러시백 피치(Brushback pitch), 그리고 녹다운 피치(Knockdown pitch)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점이 분명하게 있다.

■빈볼(Beanball)-빈볼은 타자의 '머리(head)'를 향해 고의적으로(intentionally) 던진 공이다. 목적은 타자를 홈 플레이트 쪽에서 멀어지게 하거나 혹은 타자나 그 팀의 다른 누군가가 한 행위에 대해 타자나 타자의 팀, 혹은 다른 선수를 벌주기 위한 것이다. 빈볼을 던진 투수는 경기에서 퇴장 당하게 돼 있다. 그러나 그 빈볼이 미리 계획된 것인가를 심판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20년 8월16일 클리블랜드의 래이 챕맨이 뉴욕 양키스의 투수 칼 메이스의 공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빈볼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 된 것은 래이 챕맨이 유일하다. 빈볼이라는 표현은 1905년 처음 사용됐다. 현재는 타자를 몸쪽에서 멀어지게 하는 목적으로 던지는 공에는 빈볼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빈볼은 상대에게 어떤 피해를 주기 위한 공이다. 상대 타자에게 해(해)를 끼칠 목적이 없다면 ‘몸에 맞히는 공’이다.

■브러시백 피치(Brushback pitch)-타자의 '가슴(chest)' 쪽으로 거의 맞을 듯이 날아와 타자로 하여금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공이다. 타자가 홈 플레이트에 가깝게 붙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던진다. 가령 타자가 타석에 바짝 다가서 투수 입장에서 자신이 공략하고자 하는 몸 쪽의 어떤 지점을 가려 버릴 때 이 공을 던져 떨어지게 만든다. 빈볼과의 차이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머리를 향해 고의로 던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녹다운 피치(Knockdown pitch)-녹다운이라는 의미 그대로 공에 맞지 않기 위해서는 타자가 그라운드에 주저 않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공이다. 녹다운 피치는 타자의 '어깨(shoulder)'를 향해 날아든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공이다. 브러시백 피치는 타자에게 해를 주는 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녹다운 피치와 차이가 있다. 녹다운 피치라는 표현은 1962년 처음 사용됐다.

위와 같은 몸쪽 위협구에 대한 세가지 분류를 적용하면 이동걸의 투구는 ‘빈볼’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글쓴이는 최근 ‘체인지업’ 글에서 메이저리그를 1000 경기 정도 현장 취재를 하면서 감독이 직접 빈볼 지시를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는 감독이 직접 투수에게 빈볼을 지시한 경우가 있다. 이번 KBO 상벌 위원회에서 김성근감독을 징계하면서 빈볼 지시나 방조는 징계 사유로 들지 않았다.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고 진정한 의미의 ‘빈볼’로 보기에는 이동걸의 공이 느렸고 방조했다는 것을 징계 사유로 삼기에는 ‘빈볼 아닌 빈볼 같은 공’으로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선수단 관리 소홀’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역사에서 선수단 관리 소홀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감독이나 구단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찾아지지가 않았다.

(하)는 [장윤호의 야설]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이 빈볼을 직접 지시한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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