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대패에 멘탈이 깨져버린 한 LG팬

인천=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8.0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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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팬들. /사진=LG트윈스 제공





야구장에는 늘 짓궂은 '아저씨 팬'들이 있다.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응원도 하고 불만도 쏟아낸다. LG가 대패한 날, 한 LG팬도 멘탈이 산산 조각났다.


LG 트윈스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11번째 맞대결서 2-8로 완패했다. SK 선발 김광현에게 막혀 완투패를 당했다. 마운드도 와르르 무너지며 속절없이 고개를 숙였다. 인천까지 찾아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 열혈팬도 아쉬움을 삼켰다.

기자실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이 팬의 목소리는 유난히 커서 안쪽까지 들렸다. LG 응원가를 열심히 따라 부르던 목소리는 0-2, 0-3, 0-7로 점수 차가 벌어질 수록 작아졌다.

결국 선발투수 루카스가 7실점을 한 뒤 유원상과 교체되자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집에 빨리 가자! 나 서울에서 왔다!"고 외쳤다.


그런데 5회초에 태도가 돌변했다. 상대 실책과 손주인의 2루타, 문선재의 적시타 등으로 2점을 따라 붙자 "잘한다! 역전 가자!"며 다시 힘을 냈다.

하지만 LG의 추격전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5회말에 다시 1점을 잃어 2-8로 끌려갔다. 6회말 2사 후 정의윤이 우전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기록하자 이 팬은 갑자기 LG 시절 정의윤의 응원가를 불렀다. "정의~윤! LG 정의윤! 무적LG 정의윤!"이라며 결국 멘탈이 깨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진정한 팬이었다. 진해수가 삼진을 잡을 때마다 환호했고 승부가 기운 8회 이후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모두 퇴장하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을 떠났다. LG는 언제쯤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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