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열차부터 '곡성' '아가씨'까지 2016 관객의 선택①

[2016 한국영화 결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2.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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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 퀴어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아가씨'부터 한국에선 흥행사례가 없는 좀비영화, 그리고 독립운동 영화에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재난영화까지, 올해 영화 흥행작들을 살피면 한국 대중의 코드가 읽힌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톱10은 '부산행'(1156만명) '검사외전'(970만명) '밀정'(750만명) '터널'(712만명) '인천상륙작전'(704만명) '럭키'(697만명) '곡성'(687만명)'덕혜옹주'(559만명) '아가씨'(428만명) '귀향'(358만명) 순이다. 외화를 포함하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867만명), '닥터 스트레인지'(544만명)이 각각 포함된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톱10 에는 좀비영화, 재난 영화, 검사비리 응징 영화, 퀴어영화, 한국전쟁영화, 코미디영화, 위안부 영화 등이 두루 포진해있다. 각각의 영화들은 완성도 뿐 아니라 시대정신과 부합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산행'과 '터널'은 재난영화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KTX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며, '터널'은 붕괴된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두 영화는 재난이 벌어진 가운데 무능한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고난을 그렸다. 세월호 사건이 직,간접으로 연상된다. 12월 개봉한 원전 폭발 사건을 그린 '판도라'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관객들은 갑의 횡포를 응징한 '베테랑' '내부자들' 등에 열광했다. 올해는 재난영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재난이 벌어져도 무능한 정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평범한 사람들. 이 주제에 뜨겁게 반응한 대중은 결국 현 시국에 앞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정'과 '귀향'에 대한 반응도 올해 한국 대중의 관심사였다. 무장독립운동에 나선 의열단의 활약을 그린 '밀정',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귀향'에 대한 지지는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국민과 소통없는 정책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스크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귀향'에 대한 응원, 독립영화나 다름없는 '동주'에 대한 자발적인 지지는 또 다른 문화운동이나 다름없었다.

'아가씨'와 '덕혜옹주', '귀향' 그리고 올해 한국영화 흥행 14위를 기록한 '굿바이 싱글' 등은 올해 한국영화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인 여성영화란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한국 대중문화의 대표 키워드는 단연 여성이다. 여성 혹은 여성주의는 여혐과 더불어 올해 대중문화 전반을 뒤흔들었다. 올해 한국영화는 그런 여성주의를 반영한 영화들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퀴어영화로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운 '아가씨',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8월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흥행성과를 낸 '덕혜옹주', 여배우의 자아 찾기를 그린 '굿바이 싱글' 등에 관객이 몰린 것은 의미가 깊다.

물론 '아가씨'는 탁월한 영상미, '덕혜옹주'와 '귀향'은 민족감정에 호소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이 영화들이 여성 영화 흐름에 중심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100만명을 넘으며 꾸준히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미씽: 사라진 여자'와 비수기 깜짝 흥행에 성공한 '날, 보러와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뜨거운 감자였던 '비밀은 없다', 엄마 탐정의 블랙 코미디 '범죄의 여왕', 여성의 유쾌한 연애를 그린 '최악의 하루' 등은 올해 여성 영화 흐름을 이었다.

칸국제영화제 초청작들의 흥행도 특기할 만하다. '아가씨'와 '곡성', '부산행' 등 올해 칸영화제 초청작들은 두루 성과를 냈다. 그 중 '곡성'은 컬트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곡성'은 관객에게 영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하다.

'곡성'이 영화의 본질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인천상륙작전'은 영화 외적인 의미에 관객이 반응했다. '인천상륙작전' 흥행은 '국제시장' '연평해전' 흥행과 맥을 잇는다. 보수적인 가치를 담은 영화들이 꾸준히 흥행에 성공하는 건, 그 만큼 관객의 보수화도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 영화 흥행을 20대 뿐 아니라 40~50대가 이끈 건, 중년 관객들이 극장에 주요 관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단 뜻이다.

'검사외전' 흥행은 여전히 부패한 권력층을 대리응징하는 서사에 관객이 열광했다는 걸 입증했다. '럭키'의 깜짝 흥행은 웃을 일이 좀처럼 없는 나날이 계속됐다는 점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그 만큼 웃음을 고파했던 것이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작에는 무능한 정부, 재난, 희망, 여성, 대리응징, 보수적인 가치, 민족감정, 웃음 등 다양한 코드들이 담겨있다. 이 코드들에 관객이 뜨겁게 반응했다. 올해 한국의 키워드기도 하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코드를 담은 영화들에 관객들이 반응할지, 정의와 희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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