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차가운 스토브리그.. 빛 잃은 머니게임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1.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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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계약상태인 FA 선발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다르빗슈 유. /AFPBBNews=뉴스1


해를 넘겨도 메이저리그의 스토브리그는 여전히 냉랭하다. 다르빗슈 유, 제이크 아리에타, J.D. 마르티네스 등 톱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은 새해 두 번째 주로 접어든 시점에서도 여전히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고 이제는 그 흔하던 계약 루머도 별로 들려오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스토브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각 팀의 프론트 오피스는 여전히 씽씽 돌아가고 있다. 다만 그 활동의 대부분이 고액 스타급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FA시장에서가 아니라 트레이드 시장과 마이너리그 계약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새해 첫 일주일 동안에 나온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계약이나 트레이드 관련 뉴스를 보면 30여개에 육박하지만 대부분은 마이너리그 계약, 또는 연봉조정 자격이 있는 자기팀 선수와 계약한 것이며 이밖에 트레이드가 몇 건 있을 뿐이다. 이 기간 중 순수하게 외부 FA와 메이저리그 계약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일본인 우완 구원투수 마키타 가주히사(33)와 2년간 400만달러에 계약한 것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FA시장이 달아오르지 않고 있을까. 워낙 ‘스토브’가 차갑다보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등장했지만 이번 스토브리그 같은 경우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ESPN은 이번 오프시즌 FA시장이 예년에 비해 훨씬 잠잠한 이유를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FA 클래스 ▲스콧 보라스의 FA거물선수 독점 ▲노사협약에 따른 사치세 문제 ▲빅 클럽들의 팀 사정 ▲내년 시즌 화려한 FA 클래스에 대한 실탄 비축작전 ▲트레이드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분류해 분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똑똑해진 MLB 구단들 중 상당수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는 추세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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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 악마로 통하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거물급 FA독점도 차가운 스토브의 원인으로 꼽힌다. . /AFPBBNews=뉴스1


많은 팀들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수년간 바닥을 헤매며 팀 재건의 시간을 거친 뒤 맹렬하게 정상으로 부상한 것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진행 중이라면 거액을 투입해 대형 FA를 영입하는 것은 팀 리빌딩의 마지막 단계에나 필요하기에 FA시장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구단들은 돈을 앞세워 우승트로피를 사려고 하는 것이 비경제적일 뿐 아니라 성공확률도 높지 않다는 것을 그동안 사례를 통해 충분히 배웠기에 완전한 확신을 갖기 전에는 선뜻 대형계약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대신 트레이드 시장에서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옵션을 찾는 것에 더 주력하고 있다. LA 에인절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얻는데 성공한 뒤 2루와 3루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3루수 영입에는 FA시장에서 잭 코자트를 데려갔지만 2루수 자리는 톱 FA 닐 워커와 계약하는 대신 계약기간이 1년만 남은 이안 킨슬러를 트레이드해 메운 것도 그런 예 중 하나다. 누구에게만 주목받는 화려한 계약이나 이동보다는 눈에 띄지는 않아도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MLB 팀들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 뚜렷하다.

지난 주 LA 다저스가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구원투수 스콧 알렉산더를 영입한 것도 그런 물밑 형 전력보강 작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저스는 유망주 에릭 메이야와 트레버 옥스를 캔자스시티에, 왼손구원투수 루이스 아빌란과 현금 300만달러를 시카고로 내주고 캔자스시티로부터 알렉산더, 시카고로부터 내야수 제이크 피터를 받아왔다. 캔자스시티는 유망주 메이야와 옥스를 받은 것 외에 현금 100만달러를 얹어 올해 연봉 900만달러와 바이아웃 100만달러가 남은 구원투수 요아킴 소리아를 시카고로 보내 페이롤을 덜어내는데 성공했다. 팀 재건 중인 시카고는 소리아와 아빌린을 받아 불펜을 보강하고 잠재적으로 트레이드 자원을 확보하면서 총 400만달러의 현금을 덤으로 얻었다.

3팀의 이해타산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이 트레이드에서 주 포커스는 다저스가 사실상 아빌란과 현금 300만달러, 그리고 두 유망주를 내주고 영입한 알렉산더에 맞춰진다. 지난해 캔자스시티에서 사실상 자신의 첫 메이저리그 풀시즌을 보내며 58경기에 등판, 69이닝을 던지며 5승4패, 4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한 알렉산더(28)는 다저스에서도 충분히 왼손 셋업맨까지 맡을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저스가 그를 얻기 위해 내준 아빌란 역시 불펜의 유력 멤버였지만 아빌란은 올해 연봉조정을 통해 거의 300만달러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 예상되는 반면 알렉산더는 아직도 2년간은 연봉조정 자격이 없고 5년간은 다저스의 관리 하에 있다. 이번 트레이드에도 ‘머니’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FA로 풀린 왼손투수 토니 왓슨이 다저스로 돌아올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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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우승을 일궈낸 휴스턴의 사례가 차가운 스토브리그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AFPBBNews=뉴스1


물론 알렉산더의 매력은 몸값이 싸다는 것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땅볼 유도비율이 73.3%에 달해 잭 브리튼(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오른 리그 최고의 싱커볼 투수중 하나다. 다저스의 프론트 오피스가 유망주 2명에 아빌란, 그리고 300만달러의 현금까지 내주고 데려온 투수라면 왼손 셋업맨으로 알렉산더를 아빌란과 최소한 동급,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렉산더의 투심 싱커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최상위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싱글A때부터 싱커볼 전문이던 알렉산더의 구위가 부쩍 좋아진 것은 지난 2년 사이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알렉산더의 싱커 구속은 평군 90.7마일에서 지난해 93.2마일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그의 싱커를 상대로 리그의 헛스윙 비율은 28.1%에 달해 리그 전체 5위에 해당됐고 땅볼/뜬공 비율은 8.1로 21위에 랭크됐다. 알렉산더는 투구 중 싱커비율이 91.9%에 달하는데 이는 브리튼(95.1%)에 이어 메이저리그 2위다. 3위인 브랜든 킨츨러(워싱턴 내셔널스)의 싱커 구사율이 74.4%라는 것을 감안하면 알렉산더와 브리튼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싱커에만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저스의 이번 오프시즌 최대 목표는 한마디로 사치세의 기준선(1억9천700만달러) 밑으로 페이롤을 끌어내리면서도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와 브랜든 맥카시, 스콧 캐즈미어 등을 묶은 트레이드로 엄청난 연봉 감축효과를 보며 현재 예상 페이롤을 1억8천400만달러 선까지 끌어내린 다저스가 FA시장에서 큰돈을 쓰는 쇼핑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미 상당한 연봉감축에도 불구, 팀 전력에는 거의 손실이 없어 보이며 현 팀 구성상황을 살펴보면 추가 전력보강이 그리 절실할 곳이 없다. 단지 이번 트레이드처럼 외관상 화려하지 않아도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짭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알짜배기’ 거래들을 계속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오프시즌은 이런 차원에서 스토브리그의 묘미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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