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박훈정 감독 "'마녀'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게 목표"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6.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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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신세계'로 일약 주목받았다. '대호'로 다른 이야기에 도전해봤다. 'VIP'로 쓴맛을 봤다. 박훈정 감독이 돌고 돌아 가장 자신 있는 이야기를 들고 왔다. 27일 개봉한 '마녀'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돕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소녀에게 수상쩍은 무리들이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여성 원톱 슈퍼히어로물이자, 액션이 강한 영화이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향기가 물씬 나는 영화다. 박훈정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물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날, 박훈정 감독을 만났다. 이 인터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마녀'는 왜 했나.

▶원래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 '아키라' '최종병기 그녀' '간츠' '아인' 같은 어느 날 갑자기 류의 이야기. '신세계' 끝나고 '대호' 전에 뭘 해볼까라고 고민하다가 '마녀'와 또 다른 느와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둘 중에 하나를 차기작으로 하려 했다. '마녀'는 당시에도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여자주인공에 신인을 써야 했으니깐. 그리고 '신세계'를 했으니 차기작으로는 좀 더 큰 영화를 하는 게 맞다는 조언들이 많았다. 그래서 '대호'를 하게 됐다. 사실 'VIP' 때도 '마녀'를 놓고 같이 고민했다. 그런데 '마녀'가 캐스팅 때문에 밀려서 'VIP'를 먼저 하게 됐다.

-'VIP'가 개봉할 즈음에 이미 '마녀' 프리 프로덕션이 끝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는데. 왜 그렇게 빨리 들어갔나.


▶원래 일정이 그랬다. 빨리 하고 싶었다. '마녀'는 프리 프로덕션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신인 오디션 기간이 있고. 배우들이 액션을 할 몸이 돼 있어야 했다. 사실 'VIP' 후반 작업이 끝낸 뒤 바로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VIP' 후반 작업이 한 달 반 정도 길어지면서 어쩌다보니 맞물리게 됐다. 다행히 두 영화 모두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투자배급이어서 양해해 줬다.

-'마녀'는 여성 슈퍼히어로물인데도 일반적인 여성 서사는 아닌데.

▶맞다. '마녀'는 약하고 평범한 여자아이가 변하는 이야기다. 여자인 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아이인 게 중요한 이야기다.

-'VIP' 개봉 당시 여성 캐릭터 사용과 관련해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렇기에 차기작인 '마녀'에는 자기 검열이 더 있었을 수 밖에 없었을텐데.

▶당연히 그렇다. 그 일을 겪었기에 '마녀'는 여성 캐릭터는 이래야 돼, 같은 고정 관념 같은 것에서 벗어나려 했다. 내가 가졌을 수 있는, 또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성별로 인한 고정 관념이 담긴 걸 다 없애려 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캐릭터 자체에 집중했다.

-조민수가 맡은 닥터백은 원래는 남자 캐릭터였는데 왜 여자 캐릭터로 바꿨나.

▶누굴 캐스팅할지 모르겠더라. 매드 사이언티스트인데 맞을 만한 배우 얼굴이 안 떠올랐다. 그러다가 여자로 바꾸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조민수가 바로 떠올랐고, 제안을 했다. 해주겠나란 생각이 있긴 했다. 그런데 바로 시나리오를 읽고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다만 조민수는 원래 남자 역할이었을 때 말투를 그대로 쓰길 바랐다. 그 말투가 닥터백 캐릭터와 딱 맞으니 자기가 한다고 해서 굳이 말투를 다시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마녀'는 익숙한 이야기다. 이 익숙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때 어떤 차별점을 갖길 바랐나.

▶영화에서 많이 봤다기보다는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훨씬 익숙한 이야기다. 이 익숙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이상 그 구도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익숙한 이야기를 한국 상황에 맞게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넣었나. 익숙한 한국 프로그램을 차용해서 해도 됐을 법 했는데.

▶일단 CJ E&M에선 오디션 프로그램 저작권을 안 팔더라. 세트 디자인도 허용을 안 해서 다 다시 만들었다. 예산도 부족해서 오디션 장소를 EBS스튜디오를 섭외해서 했다.

-박훈정 감독 특유의 느린 호흡이 '마녀'에서 비로소 맞아떨어진 것 같던데.

▶아직 어떤 게 정답인지는 못 찾았다. '마녀' 같은 경우는 투자사에서 편집한 버전을 보여줬는데 난 못 견디겠더라. 호흡이 뚝뚝 끊기는 것 같고. 다만 이런 생각은 하게 됐다. 느린 호흡이 맞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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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촬영 중 최우식에게 설명하고 있는 박훈정 감독/사진='마녀' 스틸


-악당 캐릭터들이 다 욕을 한다. 두 부류의 악당들이 등장하는데 한쪽은 욕을 안 쓰게 해서 차별을 뒀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던데. 특히 최우식이 맡은 귀공자 캐릭터는 더욱.

▶사람들 중에는 박훈정은 욕을 빼면 대사를 못 쓰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글쎄 내가 남자들만 있는 환경에서 자라서 그럴 수도 있다. 욕을 쓰고 안쓰고로 악당 캐릭터를 차별화하는 것까지는 솔직히 생각해보지 못했다.

다만 최우식이 맡은 귀공자 역은 원래는 욕이 없었다. 최우식이 캐스팅되고 난 뒤 '시계 태엽 오렌지'의 알렉스를 참고하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캐릭터가 구현됐다. 원래 귀공자 역은 전부 영어대사로 가려 했다. 그런데 'VIP' 때 영어대사가 발음이 안 좋다는 말들이 워낙 많아서리. 게다가 최우식이 캐나다에서 10년 정도 살았기에 한국말을 쓸 때 교포 같은 발음이 살짝 난다. 그걸 고려해서 대사도 한국어와 영어로 병행했다.

-닥터백은 히스테리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설명하는 부분이 많고.

▶난 '마녀'는 만화를 영화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닥터백 캐릭터는 딱 만화처럼 과장된 게 맞았다고 생각했다. 설명은 사실 염려했던 부분이다.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이나 장면들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다 편집을 했다. 그리고 모니터 시사를 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정도면 다 알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응을 만나니 불안하더라. 그래서 다시 편집하게 됐다.

-1500명을 오디션했는데 왜 김다미였나.

▶처음 봤을 때 동글동글한 게 튀지 않았다. 그런 이미지가 영화 속 캐릭터가 전반과 후반이 바뀌는 데 딱 맞았다. 얼굴과 이미지는 맞았는데 연기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김다미가 연기한 걸 본 게 5분짜리 단편영화 하나가 전부였으니. 그래서 오디션을 계속 봤다.

최종 오디션 때 나와 조민수, 박희순, 투자사, 의상, 분장 스태프 등이 모두 같이 봤다. 그 중에서 김다미가 연기력이 가장 안정적이었다고 다들 동의했다.

-'마녀'는 액션영화인가.

▶액션영화로 소개되고는 있지만 액션이 필요한 영화지, 액션영화를 찍은 건 아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드라마가 결부된 이야기다. 마녀의 탄생을 그린 '비긴즈' 느낌이니깐.

원래 초고에는 귀공자 일당의 액션이 더 있었다. 이들이 능력을 보여주는 장치들. 그런 것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런데 시리즈가 처음이기도 하고, 제작비도 아무래도 신인들과 같이 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액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를 고민했다. 앞에서 쌓아서 한 방에 터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저씨'를 한 박정률 무술감독이 '마녀' 액션을 맡았는데. 어떤 걸 주문했나.

▶시나리오를 보셔서 알겠지만 우리 영화는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게 콘셉트라고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액션. 그랬더니 아무 소리 말고 2주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

좋았다. 다만 좁은 공간에서 액션이 이뤄지다 보니 어떤 걸 넣고 어떤 걸 빼야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걸 특수효과로 할지, 어떤 걸 CG로 할지, 어떤 걸 액션으로 할지, 어떤 걸 와이어로 할지. 이 모든 게 돈이 들다 보니 그 고민이 컸다. 예산 안에서 효과적인 액션을 할 수 있도록 서로 의견을 나눴다.

-박훈정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면, 느린 호흡과 욕설 넘치는 맛깔 나는 대사, 그리고 폭력의 묘사를 끝까지 간다는 점이다. '마녀'는 앞의 두개는 있지만 폭력의 묘사를 끝까지 가는 부분은 일정 부분 편집이 됐다. 그러다 보니 액션이 전개될 때 폭력 묘사 끝부분이 편집되고 이어진다. 그래서 액션 자체가 편집과 CG의 조합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것도 'VIP' 영향인가.

▶투자사에선 그런 부분들을 편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후반 작업 스태프들은 이게 뭐가 잔인하다고 편집이냐는 의견이 있었다. 양쪽의 의견이 다 타당해서 절충했다.

다만 '마녀'는 처음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생각하고 만든 기획이다. 청불이라고 수위를 어디까지 가느냐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런 기획으로 만들었기에 15세 이상을 염두에 뒀다면 캐릭터나 이야기를 바꿔야 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나왔지만 찍을 때는 그런 걸 고려하진 않았다.

-액션이 크게 두 시퀀스가 있다. 좁은 통로에서 박희순 일파와 최우식 일파가 맞붙는 시퀀스와 김다미와 최우식이 맞붙는 시퀀스. 보통 액션 시퀀스가 차례로 붙으면 뒤에 등장하는 시퀀스에 더 힘을 주기 마련인데 '마녀'는 앞의 액션 시퀀스에 더 힘을 줬는데.

▶일단 '마녀'에서 김다미는 절대 강자 같은 액션을 하길 바랐다. 말하자면 '황비홍' 같은. 왜 여느 영화에선 주인공이 절치부심해서 최종 보스와 싸우지만 그래도 밀리다가 나중에 각성해서 겨우 이기지 않나. 반면 '황비홍'은 처음부터 황비홍이 가장 세고.

그렇기에 앞선 액션 시퀀스에선 끝까지 가는 액션을 보여주고, 김다미는 여유롭고 그 자체를 즐기는 액션을 보여주길 바랐다. 또 '마녀'는 전사인데 굳이 그 이상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김다미의 각성 이후로 영화 전과 후가 바뀐다. 중요한 장면인데 배우에겐 어떤 걸 주문하고, 그 외에는 어떤 걸 준비했나. 배우가 신인이다보니 전부 맡기기보다는 그 장면의 충격을 영화적인 장치로 더 설명하려는 준비를 했을텐데.

▶일단 김다미에겐 그런 것들을 모르고 있다가 각성하는 것처럼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연기를 처음하는 친구에게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준비하라고 하면 너무 부담을 줄 것 같았다. 초반과 후반이 캐릭터가 바뀌지만 웃는 것도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그 장면에선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얘는 그대로 있고 우리가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음악감독이 모그인데 슈퍼히어로 영화와 잘 맞아떨어지던데.

▶내가 템포가 느린데 역으로 음악으로 빠르게 하려는 게 안될 것 같았다. 전작도 같이 했던 터라 내 영화 스타일도 잘 알고. 난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의 음악을 주문했다. 모그는 거기에 더해 마블 영화 같은 음악을 생각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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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마녀' 후속작도 나오나.

▶이야기는 구상돼 있다. 생각은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마녀'에서 문제의 본사는 어딘가. 마지막 장소는 원래 태국이었는데.

▶영화 속 마지막 장소는 원래 태국이 맞다. 세계에 7곳의 연구소가 있고, 그 중 하나가 태국이라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돈이 없다보니 제주도에서 찍고, 제주도라고 설정했다. 본사는 미국이 맞다.

-'마녀'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기 좋은 설정이다. 워너브라더스 본사에서 계획이 있나.

▶리메이크를 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차기작은.

▶처음에 '마녀'랑 같이 준비하던 느와르를 고려 중이다. 내가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밀린 숙제를 하고 싶단 생각도 있고.

-밀린 숙제라면 '신세계' 프리퀄인가.

▶자꾸 '신세계' 프리퀄 팔아서 홍보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니 말하기가 쉽지 않다. NEW랑 이야기는 하고 있다. 프리퀄도 완전히 프리퀄이다. 20년 전 이야기. 어떻게 될지는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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