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율의 헌신과 허문회의 신뢰가 소환한 '원년 해태 김성한'

수원=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4.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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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율.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해태 김성한'이 소환됐다. 롯데 강태율(25)이 김성한 이후 최초로 '등판 다음날 홈런' 진기록을 썼기 때문이다.

강태율은 이날 KT 위즈전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초 3점 홈런을 때리는 등 4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활약했다. 롯데는 10-5로 크게 이겼다. 강태율은 22일 부산 두산전에는 투수로도 나왔다.


KBO리그서 투수 등판 후, 다음 경기 홈런은 강태율 전까지 딱 3번 뿐이었다. 모두 김성한 전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김성한 전 감독이 3번 했다. 강태율의 기록은 공식 4호이자, 선수로서는 역사상 2번째였던 것이다.

김성한 전 감독은 투수와 타자를 겸업했다. 투수로 26차례 출전해 106⅓이닝이나 던졌다. 10승 5패 평균자책점 2.79였다. 타자로도 80경기 나와 타율 0.305에 13홈런을 쳤다. 자기 할 일을 했다.

하지만 강태율은 포수다. 팀 사정 탓에 어쩔 수 없어 마운드에 올랐다. 야수의 송구와 투수의 투구는 수행 방법이나 사용 근육이 아예 다르다. 부상 위험이 도사린다. 강태율은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했다.


허문회 감독이 설명한 22일 상황은 '투수 보호' 차원이었다. 롯데는 8회까지 두산에 1-12로 뒤졌다. 승부는 사실상 기울었다. 주말 3연전을 생각하면 투수를 아끼는 편이 나았다. 허 감독은 7회, 강태율에게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했다. 강태율은 "팀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떠올렸다. 무슨 임무든 일단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의지였다.

강태율은 주전 포수도 아니다. 올 시즌 롯데는 김준태가 주로 선발 마스크를 쓰고 있다. 투수와 궁합에 따라 강태율이 종종 나간다. 강태율의 선발 출전은 이번이 5번째였다. 허문회 감독이 전날 팀을 위해 자신을 버린 강태율을 믿고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강태율은 그 기대에 홈런으로 보답했다. 강태율의 헌신과 허문회 감독의 믿음이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추억의 김성한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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