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까지 터뜨린 손흥민... 그만큼 골이 절실했던 이유 [★고양]

고양=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11.12 06:01
  • 글자크기조절
image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29·토트넘)의 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골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웠던 경기였다. 급기야 손흥민 스스로도 잔디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2년의 기다림 끝에 마주한 팬들에게 '골'을 선물하고 싶었을 절실함의 표현이기도 했다.

무대는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이었다. A매치로는 약 2년 만에 관중 100% 입장이 허용된 이날 경기장엔 무려 3만152명의 팬들이 들어찼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모든 스포츠 경기장 '최다 관중' 기록이기도 했다.


그동안 팬들과의 만남을 애타게 그리워했던 손흥민에겐 더욱 의미가 컸다. 그는 앞선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때마다 "팬들이 보고 싶고, 또 그립다"며 팬들과 만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무려 2년 만에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된 이번 경기를 앞두고 "너무 설렌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엄청난 경험이자, 엄청난 특혜"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골에 대한 집념 역시 그 어떤 경기보다 강해 보였다. 2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나게 된 팬들에게 골을 선물하겠다는 의지가 잔뜩 담겼다. 황의조(29·보르도)의 부상 공백 속 '해결사' 역할마저 더 중요해진 터라 경기 내내 방향을 가리지 않고 호시탐탐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 기록으로는 남지 않았지만, 이날 전반 6분 만에 한국의 포문을 연 것도 손흥민이었다.

image
손흥민(가운데)이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상대 수비수 3명 사이를 돌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런데 유독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30분 골키퍼까지 제친 뒤 찬 오른발 슈팅은 옆그물에 맞았다. 전반 막판엔 한국 진영에서 공을 차단한 뒤 직접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폭발적인 드리블로 돌파해 왼발 슈팅으로까지 연결했다. 슈팅은 그러나 골대에 맞고 튀어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추가시간 슈팅은 심지어 상대 골키퍼 얼굴에 막히는 장면까지 나왔다.


후반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UAE 골문을 겨냥한 손흥민의 슈팅은 번번이 골대를 외면하거나 골키퍼에 막혔다. 득점 기회가 거듭 무산될수록 손흥민의 표정도 점차 굳어졌고, 얼굴을 감싸 쥐는 모습도 보였다. 급기야 후반 29분 헤더가 또다시 골대에 막혀 무산되자, 손흥민은 잔디를 두 차례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통까지 터뜨렸다.

팬들에게 골을 선물하고 싶었을 손흥민의 절실함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날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수는 7개. 이 가운데 2개가 골대에 막히는 등 지독했던 불운에 아쉬움만 잔뜩 삼켜야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동료들과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너무 고생해준 덕분에 많은 기회가 왔다. 그래서 골을 넣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반성해야 된다"며 "추운 날씨에 멀리까지 와주셔서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더 시원한 승리로 보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대신 손흥민은 '다른 방법'으로 다시 만난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이날 1-0 승리로 경기를 마친 선수단은 한 무리를 지어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 때문에 대열에서 떨어져야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대열에서 떨어진 채 혼자서라도 경기장을 돌며 오랜만에 만난 관중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그런 손흥민을 향해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image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전 이후 관중석을 돌며 인사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방송 인터뷰 일정으로 뒤늦게 홀로 인사하고 있는 손흥민(빨간색 네모). /사진=김명석 기자
기자 프로필
김명석 | clear@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명석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